[문화산책] 지역출판의 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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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9  |  수정 2020-09-09 14:55  |  발행일 2019-10-29 제23면
[문화산책] 지역출판의 힘

두 달간, 지역출판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넋두리를 했습니다. 천학비재라, 많이 거칠고 부족한 글이지만 하고 싶던 말을 하고 나니 그 부끄러움은 조금이라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부탁드리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마음만 앞섰지 제대로 다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몇 분이라도 공감하고, 응원해 주셨기에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지역 출판사의 역할을 이해하고 격려해 주신 그 마음이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지역이 급격히 쇠락해 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떠나고 나니 불에 덴 듯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 중요성을 알고 지역을 살리기 위해 미약하지만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지역 출판사와 지역 서점입니다. 지역에서 출판사와 서점이 미치는 영향을 통계로는 제대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출판사나 서점은 단순한 경제 주체를 넘어 그 지역의 보물창고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가 다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보물창고를 가까이 두고도 혹시 귀한 줄 모르고 지나치는 분이 계실까봐 많은 말을 했습니다. 전국의 지역 출판사는 1인 출판사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우리는 지역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을 봅니다. 혼자는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지역출판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책으로 전국의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힘씁니다. 그 결과가 몇 년 사이에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역의 책으로 지역민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게는 책 행사에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크게는 1년에 한 번씩 권역별로 순회하는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해 지역을 응원합니다.

내년 오월이면 수성못 일원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지역 출판사들이 자신의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것을 알리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소중한 역할을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도서전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이 얼마나 고마운 곳인가를 깨닫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일에서 지역의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단풍이 고운 가을입니다. 퇴근길에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주말에는 한 번쯤 가족이 도서관으로 향하는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친목 모임에 가듯이 독서 모임을 찾아 한 번이라도 참석해보길 권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리는 이 가을이 얼마나 찬란한지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말합니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을 때에 어디든 나를 데려가고, 만나고 싶은 누구라도 나에게 오게 할 수 있는 것이 책 말고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더 고맙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내 이웃의 사람들이 쓰고 만든 출판물이라는 말씀입니다.

신중현 (도서출판 학이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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