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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국민은 '나랏일' 덕분에 계속 성장한다. 지난해는 '조국 사태'로 금융인들도 어려워하는 '펀드'에 대해 학습했는데, 이제 '통계학'이 우리 곁으로 왔다. 4·15총선 직후부터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전투표의 통계적 진실찾기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투표함이 바꿔치기 됐다'는 등의 음모론적 시각이 다분한 의문제기에 금방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가 진행한 과학을 바탕에 둔 문제제기는 30여 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축적된 '촉'을 자극했다.
사건의 향방을 꾸준히 지켜보던 차에 최근 미국 명문 미시간대학교의 월터 미베인 교수가 논문을 통해 "4월15일에 치러진 한국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히, 사전투표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서 "사전투표에서 받은 득표가 비정상적으로 보이며, 전체 득표의 7%가량이 정상적이지 않은 수치로 보인다"는 의견을 낸 것을 보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미베인 교수는 부정선거를 탐지하는 통계분석 연구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로, 이전에 볼리비아·콩고 등의 부정선거와 관련된 방대한 연구와 분석을 진행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사전선거의 통계적 이상점을 제기하는 권위 있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베인 교수의 논문발표에 앞서 박영아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21대 총선에서 일어났다"면서 "1천 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졌을 때 모두 앞면이 나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4일에는 통계학회 회장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을 지낸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들이 많아 전국 지역구 253곳의 선거 데이터를 자세히 봤다. 통계적 관점에서는 확실히 일어나기 어려운 결과였다. 어떤 형태로든 인위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했다.
쏟아지는 의혹 제기에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 장비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 임차 서버 폐기로 선거 조작 증거를 인멸했다는 주장 등의 조작·부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통계학적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는 점에서 선관위의 권위와 신뢰, 공정성이 의심받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하지만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선관위는 선관위원 7명 중 5명이 친여 성향인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2석마저 비워둔 이유는 뭔가. 더 궁금한 것은 선관위의 중립성을 의심받기 충분한 데도 사실상 선관위의 서열 1위라고 할 수 있는 상임위원을 문재인 대선캠프 특보를 지낸 인물로 임명을 밀어붙인 것이다.
어쨌든 4·15총선에 대한 시비는 조만간 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전국 40여 곳의 선거구에서 소송이 제기된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고 볼 필요가 없다. 의혹 제기에 대한 진실규명 차원으로 가볍게 봐야 할 듯하다. 각 선거구의 후보와 유권자에게 맡기지 말고 선관위가 직접 나서 몇몇 선거구만이라도 제한적으로 재검증하는 절차를 밟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극단적인 국론분열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선관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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