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민트' 논쟁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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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5   |  발행일 2020-12-25 제38면   |  수정 2020-12-25
넌 '민초단' 이니? '반민초단' 이니?

민트초코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호불호'

"상쾌함·청량감 들어 맛있다" vs "치약맛 나는데 왜 먹는지 모르겠다"

온라인 세상 속 사소한 이슈 통해 타인과 취향·공감대 형성 '밈 현상'

'민초단이 세상을 구한다' 애정 표현하며 생활 곳곳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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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후 계산대에 비치된 캔디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박하사탕이다. 식사를 마치고 박하를 입속에 넣으면 텁텁하였던 부분들이 개운해지고 상쾌하다는 느낌이 날 때가 있다. 치약으로 양치를 한 느낌을 가지도록 해준다. 이러한 박하의 바탕이 되는 식물이 우리나라 말로 '영생이'라고 하며, 해외에서는 민트(Mint)라고 한다.

민트가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먹거리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 있다.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시키면서 탕수육 소스를 부어서 먹을 것이냐, 아니면 찍어 먹을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인터넷에서 엄청난 활기를 띠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민트까지 가세한 것이다. 바로 '민트초코'라는 음식에 대한 논쟁이다.

이번 민트초코에 대한 논쟁은 탕수육에서 '부먹파'와 '찍먹파'라는 개념보다 큰 '민초단'이냐 '반민초단'이냐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유명인 혹은 연예인들이 이러한 민트초코에 대한 호불호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SNS와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유명인과 인터뷰를 하면서 민초단이냐 반민초단이냐는 의견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최근 축구선수 손흥민 역시 이 논쟁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여담이지만 손흥민 선수는 '중립'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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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단이란 '민트초코단'의 준말이고, 반민초단이란 '민트초코단' 앞에 반(反)이란 접두사를 붙여서 만든 단어다. 즉 민초단은 민트초코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것이고, 반민초단은 민트초코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이라 보면 된다. 민초단은 민트초코를 통해서 주로 상쾌함과 청량감 그리고 맛있다는 표현으로 민트초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반대로 반민초단은 '치약맛'이 난다는 표현으로 민트초코를 왜 먹는지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민초단은 표제까지 갖추고 있는데, '민초단이 세상을 구한다' 혹은 '민초단이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표현까지 하면서 생활 속 곳곳에서 민초단의 활약을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민트초코의 시초는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가장 유력한 정설은 1973년 영국 사우스 데본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마릴리 리케츠(Marilyn Ricketts)가 앤 공주의 결혼에 사용할 디저트 콘테스트에서 민트초콜릿칩(Mint chocolate chip)이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은상을 수상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기업에서 민초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민트초코를 기본 베이스로 하는 음식과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베스킨라빈스의 민트초콜릿칩, 앤디스의 '클림 데 민트' 및 '파르페 민트', 동원그룹의 덴마크우유에서 '민트초코우유' 등에서 민초단의 사랑을 듬뿍 받을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SNS 전용 상품이라면서 '민트초코치킨'을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그런데 민초단은 왜 우리 청년들의 열띤 논쟁으로 들어왔을까. 이 점에 관해서 전문가들은 일종의 '밈(meme)'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즉 사소한 이슈 등을 통해서 온라인상에서 자신과 타인과의 취향을 공유하고 그것에 대한 확인을 하는 작업을 하는데, 음식은 무엇보다 그러한 경험 공유가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 공유는 곧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또 다른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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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실제로 주변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민초단'이냐 '반민초단'이냐는 질문으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것은 곧 민초단이면 함께 민트초코를 사서 나누어 먹으면서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민초단 중 한 명인데, 특히 지인들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서 반드시 '민트초코'를 함께 주문할지 말지에 관해서는 의견을 묻을 때도 있다. 그리고 민초단이라는 것을 밝히면 반민초단이 한 번씩 "치약을 왜 먹어"라는 식의 조롱 아닌 조롱을 들을 때도 있고, 핍박 아닌 핍박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친구 간의 분쟁을 야기하고 하지 않는다. 민초단의 가입 여부는 단지 청년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취향에 관하여 조금씩 알아가는 새로운 재미가 있다는데 그 중요함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민초단이 과연 세상을 구할까. 아니면 세상을 지배할까. 앞으로 민초단의 활약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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