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병태, 26일부터 12월26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서 개인전

  • 박진관
  • |
  • 입력 2021-11-24   |  발행일 2021-11-25 제16면   |  수정 2021-11-25 07:43
2021112501000763800030321
김병태 '숨(Breath)'

사진가 김병태가 26일부터 내달 26일까지 사진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대구 출신인 그는 청구고와 경북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1993년 아프리카로 가 케냐 나이로비에서 무역업을 하면서 28년째 거주하고 있다. 1988년 사진에 입문한 뒤 한국을 비롯해 케냐, 미국, 일본 등지에서 20여 차례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번 사진전 '이토록 빈 숨을 고르다'는 '유희' '일깨움(Awakening)' '숨(Breath)' '얼굴(The face)'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주제별 내용은 다르지만, 작품들은 하나의 큰 줄기로 이어진다. 이토록 텅 빈 그곳을 마주한 이들이 고요한 울림을 느끼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끔 한다는 의미다.

'유희' 시리즈는 자연의 어떤 부분이 나를 매료시키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렌즈 없이 카메라 몸체로 촬영한 공간을 디지털 입자로 선보인다. 텅 빈 충만이랄까. 비운 것 같이 보이나 실제로는 입자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을 나타내고 있다.

'깨움(Awakening)' 연작은 인류의 발생지인 아프리카의 원초적 자연을 소재로 우주의 시작, 자각 등의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숨(breath)' 시리즈는 만물을 대지와 하늘로 양분해 주관적인 색과 패턴으로 구성함으로써 자연의 무심함과 공허함을 다룬다.

2021112501000763800030322
김병태 '얼굴(The Face)'


'얼굴(The face)' 연작은 근작이다. 눈을 감은 아프리카인의 얼굴을 통해 만물의 근원인 어둠에 스며든 태초의 모습 즉 인간의 내면과 본질에 대한 사유를 드러낸다.

텅 빈 듯하나, 실제로는 가득 차 있고, 가득 차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텅 비어 있는 아프리카. 광활한 그곳에는 실존과 부재가 동시에 현존한다. 아프리카를 카메라에 담은 많은 작가의 작업 가운데서도 김병태의 작품에선 내면적 사유와 통찰이 엿보인다. 이는 그가 30년 가까이 그곳에 살면서 경험하고 체득한 것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이 만나고, 함께하고, 교감하면서 서서히 '나'라는 존재가 자연에 물들어가는 시간 속에서 탄생했다. '비움', 그것은 불교의 탐진치(貪嗔癡) 즉 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는 도교의 무위자연과 통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오로지 나만 존재하는 시간, 끝없이 깊게 펼쳐진 아프리카의 자연은 그렇게 작가에게 다가왔다. 조금씩 내면의 세계를 비워내니 작품 속엔 오히려 더 많은 사유가 담긴다. 무한한 자유를 펼쳐내듯 비워진 대담한 여백, 담담한 색감에다 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한 색채가 조화롭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