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1〉소나무

  • 나채선 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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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4 07:56  |  수정 2022-06-24 07:54  |  발행일 2022-02-24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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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선 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연구실장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두산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리산에 이르는, 기복은 있으나 단절되지 않은 큰 산줄기로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우리의 상징이자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이 될 뿐 아니라 총면적 4천836㎢로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약 4.8%이지만 우리나라 관속식물의 38.3%인 1천867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우리나라 핵심 생태축으로 의미를 갖고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 종자 연구 및 다양한 정보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남일보 지면을 활용해 백두대간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가지는 의미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고 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연재를 시작하면서 '어떤 식물을 처음으로 소개하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구상나무, 가을 백두대간 절경을 만들어주는 단풍나무, 대표적인 활엽수로 소개하는 참나무류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한참을 고민해 보아도 역시 첫 번째로 소개할 식물은 소나무였다.

길을 거니는 시민들에게 민족을 대표하는 나무를 물어본다면, 백이면 백 소나무를 우선으로 꼽을 것이다. 소나무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애국가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철갑을 두른 듯한 모양과 거센 바람에도 구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소나무 사랑이 애틋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에서는 소나무가 40종으로 가장 많으며, 부르는 이름도 특색을 살려서 다양하다.

경북 봉화군에서는 소나무를 춘양목이라고 한다. 봉화군 춘양면에서 우수한 소나무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유래한 말이다. 춘양목은 한옥을 짓는 으뜸가는 목재로 쳤으며, 예로부터 안동의 세도가나 서울의 양반집들은 대부분 춘양목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봉화에는 소나무가 많으며, 문화재 손실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춘양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춘양목은 목재 외에도 지역특화 바이오 소재로 그 쓰임새를 찾아가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지난해 12월 춘양목 정유(에센셜 오일)의 항균·항바이러스·항염 활성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지역 기업에 기술 이전을 통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연구를 통해 춘양목 정유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를 99.67%까지 억제할 수 있으며, 식중독균·피부 여드름균·비듬균 등에 대한 항균작용이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봉화에서 생산된 춘양목 정유는 백두대간수목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스타트업기업이 피부트러블을 완화하는 기능성 화장품 생산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전국 편의점과 마트 등에 출시되었다. 이 외에도 소나무는 미세먼지 제거에도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렇듯 다방면으로 활용됨에 따라 계속 보전해야 할 소나무는 주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나무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선 희귀식물로 보호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 년간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860만 그루 이상이 고사했으며, 이에 대응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등을 시행하고, 지자체와 산림청이 합심해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래도록 민족과 함께한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자생지에서 위협받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산림을 보전하기 위한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소나무 채종림을 조성했으며, 소나무 씨앗을 채집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 또한 소나무의 사용방안을 다방면으로 연구하며 오래오래 이용할 산림자원으로 그 가치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 수목원에서도 야생식물 종자은행과 시드볼트에 소나무 씨앗을 저장하고 있다. 소나무 씨앗은 다행히도 200년 이상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지만, 소나무가 자생지에서 안전하게 보전되어 이 종자를 복원에 사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채선 (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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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선 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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