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 김형석 교수 "인생은 3단계로 설정하라"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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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6 09:52  |  수정 2022-03-28 09:08  |  발행일 2022-03-28 제24면
경산아카데미서 인생철학 강연 가져
"돈을 쫒기보다는 보람된 일 선택 중요
함께 사는 열린 사회로 새로 태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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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세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25일 경산시민회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백세시대에 실제 100년을 넘게 살아온 노학자가 인생철학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는 인간의 삶은 3단계로 나눠야하고 90세 전까지는 늙었다는 소리를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103세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25일 경산시민회관에서 열린 올해 첫 경산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서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지쳐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엇이 새로워져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삶의 가치를 명쾌한 논리로 전달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60세가 되면 인생이 사실상 끝난다고 인식했다. 교육을 받고 60세까지 일을 하는 2단계로만 살아왔다"며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늙고 만다. 이제는 60세 이후 새로운 삶을 꾸리는 3단계로 변해야한다"고 또렷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미국의 교수들은 이미 60년전에 '인생은 60부터다'라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인생교훈이지만, 당시에는 정반대의 논리였다.

대학원생과 후배교수들이 마련해준 65세 정년퇴임 송별회 자리에서 그는 "나는 이제 늦둥이로 졸업해 사회로 간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나온 후 더 많이 공부하고 글을 쓰고 강연을 했다"며 "계란의 노란자위 같은 인생의 황금기는 60세 이후에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때부터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자신을 믿어야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존경해줄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이어 "평균수명이 길어져 인생을 3단계로 설계해야하고, 60세 이후에도 부지런히 일하고, 독서로 공부해야한다"고 말했다. 놀지말고 봉사활동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즐기라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면 몸은 늙어가지만 정신은 안 늙는다. 정신이 건강하면 몸을 이끌어갈 수 있다"며 인생이 새로워지는 방법을 알려줬다.

또, 보람있는 일을 하라고 덧붙였다. "30대 중반에 시작한 연세대 교수시절 부양가족이 9명이나 돼 늘 돈이 부족했다. 다른 대학 강의도 뛰며 돈벌이를 해야만 했다. 돈을 쫒아가는 생활은 힘들었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날 대구에서 제자가 찾아와 강연을 요청했는데, 그 날짜가 마침 대기업에서 강연하기로 한 날과 겹쳐 거절을 했다. 그러자 제자는 빈손으로 내려가야한다며 아쉬워했는데, 그때 내가 옳지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강연료를 더 많이 주는 대기업 강연을 취소하고 대구로 가서 제자를 위해 강연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후 돈 보다는 보람있는 일을 선택하자 오히려 일이 더 생기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출생한 김 교수는 광복후 2년간 북한에 있을 때 선후배 관계인 김일성과 아침식사를 같이 할 정도의 사이였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하게 보이는 폐쇄된 곳"이라고 지적한 뒤 "지도자가 진실을 지키지 않고 국민보다는 정권유지를 위해 정치를 하면 국가는 병들기 시작한다. 그러면 정직과 정의가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를 못믿어 인간애마저 실종한다"고 했다.

"정치보복은 망국병이고, 그렇다고 부정을 내버려두면 불치병이 된다. 대한민국도 또 다시 태어나야한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대결이 아니라 함께 사는 열린사회로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국민들이 새로 태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경산시가 주최하고 영남일보가 주관하는 경산아카데미는 오는 5·8·10월에도 명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사진=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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