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내빈만의 잔치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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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2  |  수정 2023-02-22 06:45  |  발행일 2023-02-22 제27면

얼마 전 경북 문경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했고 문경시 관련 부서에서는 사진 몇 장과 함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냈다. 첫 사진은 회장단과 내빈들이 떡을 자르는 모습이었는데 도의원, 시의원 등이 모여 있어 그들만의 행사처럼 느껴졌다. 장애인체육회장인 시장과 비장애인으로 체육회 활동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갈 상임부회장을 고려해도 떡을 자르는 주요 인사들은 모두 비장애인이었다. 주인공은 빠지고 손님들끼리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다른 기념촬영 사진에는 장애인과 축하 내빈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기는 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회계장부 공개를 하지 않아 한창 시끄러운 노조의 문제처럼 지역 사회의 웬만한 관변 단체나 공공 단체도 거의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로 그들의 각종 행사에 자치단체장을 모시고 선출직 도의원이나 시의원을 깍듯이 대접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가 됐다. 예산을 세우거나 삭감 또는 승인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공연히 밉보일 필요는 없는 탓이다.

하지만 행사 때마다 나오는 불만은 선출직 의원들 때문인 것이 많다. 사회자가 많은 시간을 들여 그들을 일일이 소개할 뿐 아니라 개회사나 축사를 하는 내빈들도 중복해서 또다시 그들을 치켜세우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듣는 처지에서는 지루할 뿐 아니라 자기들끼리 뭐 하는 짓이냐며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행사 주최 측에서도 이러한 불만을 잘 알고 있지만 예산 생각만 하면 내색할 수도 없다. 결국 선출직 의원 스스로 행사 주최 측에 간단한 자막 처리로 소개를 하거나 축사에서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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