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안전 지키는 '빨간 조끼' 라이프가드 되려면?…인명구조요원 도전해봤습니다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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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7 08:07  |  수정 2023-06-17 11:23  |  발행일 2023-06-18
[라이프가드╋ 돼봤습니다] 인명구조요원 교육·자격증 취득 체험기
체온 조절·체력 필수…운동신경은 덤
수영 6년 배웠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
관련 영상 찾아보며 꼭 예습하길 추천
평영 주로 써 ‘다리 통증’ 진통제 준비
핵심은 ‘생명구조’ 자신감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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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요원 검정 중 입영을 하고 있는 모습. 입영은 물에 떠있는 수영방법으로, 사진 속 수영장의 수심은 5m다. 평가는 3분 동안 진행되며 그 동안 손목이 물에 잠기면 그 순간 탈락이다. 오른쪽 끝의 파란색 물안경이 박준상 기자.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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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요원 교육 중 맨손구조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제공

물놀이철이 다가온다. 5월부터 낮 기온이 28도를 넘나들며 주말 실내수영장은 벌써부터 발 디딜 틈이 없다. 수영장 한 켠에서 물놀이객들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빨간 조끼를 입고 목에는 호루라기를 맨 라이프가드, 인명구조요원이다. 박준상 기자가 인명구조요원이 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에 도전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가 주관하고 같은 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가 진행한 교육은 5월9일부터 18일까지 평일 중 두류수영장 다이빙연습장에서 실시됐다. 대한적십자사는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지정된 인명구조요원 강습기관으로, 대한적십자사가 발급하는 인명구조요원 자격은 민간자격으로 인정된다.

대한적십자사 외에도 한국YMCA전국연맹·한국해양소년단연맹·대한인명구조협회·수상인명구조단·한국해양구조협회 등도 발급한다. 대형 워터파크나 복합놀이시설에서도 안전요원을 채용하는데, 이때 인명구조요원 자격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적십자사에서 발급한 자격증만 인정하는 기관이나 시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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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요원 교육 중 횡영을 하는 박준상 기자. 원래 횡영은 편하라고 개발된 영법인데 박준상 기자에겐 가장 불편한 영법이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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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요원 교육 중 장비구조 '한 손 끌기'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제공>

◆수영실력보단 체력이 더 중요
기자는 2018년부터 수영을 배웠다. 지인 중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실력이면 무리 없이 딸 수 있을 거다. 도전해보라"며 권유를 받았다. 그러면서 "잠영(물 속에서 이동하는 영법)과 입영(몸을 세우고 물에 떠있는 영법)만 할 줄 알면 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 '잠영은 이미 할 수 있으니 입영만 배우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접수했다. 교육이 시작되기 한 주전까지 교육에 대한 예습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정보 없이 덤벼들면 기자처럼 '준비해서 할 걸'이라는 후회할 수도 있다. 잠영과 입영은 꼭 해야하는 것 중 하나고, 다른 것이 많다. 꼭 유튜브에 입영·횡영·'라이프가드 막기 및 풀기(방어 및 탈출)'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길 바란다. 물론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가진 또래 지인 셋에게 물어봤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이 중 한 명은 체육교육을 전공했고 또 한 명은 초등학생 때 잠깐이었지만, 수영선수 출신이다. 다른 한 명은 수영강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이걸 쉽지 않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힘들다는 교육 후기가 많았고,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처음 보는 동작들이 많았다. 기자는 생활체육 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수영을, 정확히는 경영(競泳, 수영으로 속도를 겨루는 경기)으로는 어느 정도 한다. 그러나 '자유형·배영·평영·접영'의 경영 실력과 인명구조요원 교육은 크게 관련이 없다. 실제로 수영을 시작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교육동기도 있었고 그 동기는 합격했다. 웜업도 교육의 일부이고 영법에 대한 평가도 있으니 수영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좋다.

인명구조요원 교육에서 기본배영과 평영, 평영이 변형된 '횡영'이라는 영법을 주로 활용한다. 평영은 발차기를 천천히 하면서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형 발차기나 돌핀킥(접영 발차기)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어 구조에 훨씬 유리하다. 기본배영은 누운 상태에서 양팔을 벌려 스트로크를 하고, 평영 발차기를 하는 영법이다. 누운 상태로 진행할 수 있어 호흡이 편하고, 두 팔은 구조에 사용할 수도 있다. 횡영은 이동 중 한 팔을 사용할 수 있다. 자유형과 평영을 사용하지만 경영 시합 하듯 빠를 필요는 없다. 교육에서 접영과 배영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접영과 배영은 체력소모가 큰데, 익수자는 물론 구조자 자신의 안전도 중요하니 격하고 빠른 동작이 동반되는 접영과 배영은 구조 활동에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평영 자체가 지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과 관절을 이용해 처음 배울 땐 무릎을 비롯해 하체의 통증을 느끼곤 한다. 어쩔 수 없이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체력이나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의지와 의욕이다. 그러나 너무 과하면 스스로 분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마인드컨트롤도 꼭 필요하다.


더러 다리가 저리거나 쥐가 날 수 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라면 가까이에 있는 강사에게 알려야 한다. 강사진은 물 밖에서 또는 물 안에서 언제든 교육생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 강사는 교육을 할 뿐 아니라 교육생의 안전도 책임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소속으로 일종의 교육 봉사를 하는 것이다. 각자 생업을 가진 이들이며 시간을 내서 오는 봉사자다. 금전적 보상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인명구조요원을 배출하는 일에 투신한 것이다.

◆추위 극복과 운동신경이 키포인트
가장 큰 적은 추위다. 인명구조요원 교육은 당연하게도 물에서 진행된다. 아무리 몸을 많이 움직여도 체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가 교육을 받은 5월은 그나마 덜 차가운 편이다. 인명구조요원 자격을 가진 한 지인에 따르면 "7월이 가장 적당하다"고 말했다. 체온 조절을 위해 한 입 크기의 초콜렛·사탕이나 보온병에 따뜻한 차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또 몸에 열을 높일 수 있는, 흔히 말하는 파워젤이나 부스터를 구비하는 방법도 있다. 체지방이 적으면 더 추위에 더욱 취약할 수 있으니 섭취하길 추천한다. 다만 교육 전 평소 이용하는 수영장에서 섭취해보고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 커피나 에너지드링크 등 고카페인 음료는 심박수를 높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역시 몸으로 하는 것이라 체력이 필수다. 수영 강습을 들어도 하루에 길면 1시간 정도 물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육은 하루에 7시간 이상을 수영장에 있고, 그 시간 중 80% 이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수영을 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온도 신경 써야하니 고되다. 끼니를 꼭 챙겨야 하지만 운동 중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먹어야 한다.

기자는 운동신경이 나쁜 편이고 특히 동작을 새로 익히는 데에는 매우 취약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체육교과 평가가 매우 좋지 않다. 기자와 같이 '몸치'라면 맨몸구조·장비구조·막기 및 풀기에서 애를 먹을 수 있다. 머릿 속으로도, 물 밖에서도 시뮬레이션을 계속 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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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요원 교육 중 입영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제공

◆마지막 '8일차' 시험은 어떻게

검정(시험) 종목은 △이론(필기평가) △입영 △잠영 △중량물 운반 △종합구조 △응급처치 등이다. 필기평가·입영·중량물 운반·잠영에 실패하면 그대로 탈락이다.

필기는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입영은 3분간 해야한다. 이때 손목이 물에 한 번이라도 잠기면 안 된다. 중량물을 운반 중 놓치면, 잠영 중 완영하지 못한 채 고개를 물 밖에 내면 탈락이다. 입영 시에 머리가 물에 잠긴다거나, 중량물 운반에 시간을 초과하면 감점이다. 그러나 감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과목 하나하나 '완수해낸다'는 것에 중점을 두는 편이 좋다.

입영과 잠영은 특별히 설명할 것이 없다. 3분 동안 물에 떠 있고, 25m를 잠수해서 이동하면 된다. 중량물 운반이 하나의 종합평가쯤 된다. 중량물 운반은 검정관이 지시한 입수법과 접근법으로 25m 레인 반대편 끝 5m수심 바닥에 있는 덤벨과 같은 5kg의 물체를 건져 올려야한다. 그런 다음 구조횡영이나 기본배영을 사용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종목이다. 그러니까 입수법→접근법→수직입수 후 출수→구조영법 순으로 진행된다. 물론 쉽지 않다. 처음에는 여러 번 실패했지만, 한 번 성공한 후에 자신 감이 붙었다. 기자는 중량물 운반이 가장 재미있었다. 체크 리스트를 순서대로 해결해나간다는 느낌이었다. 다른 건 다 접어두고 중량물 운반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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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요원 교육 중 장비구조 '한 손 끌기'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제공
종합구조는 맨몸구조·장비구조·막기 및 풀기와 지금껏 배운 입수법·구조영법 모두를 그야말로 '종합'으로 사용한다. 검정관이 설정한 상황대로 입수법과 구조영법, 구조법이나 막기 또는 풀기를 수행하면 된다. 기자에겐 입영·잠영·중량물 운반보다 이 종합구조가 더 힘들었다. 집중과 반복 숙달만이 답이다.

30명 내외의 교육생 중 모든 종목을 잘 해내는 교육생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교육생도 분명 있다. 부족한 부분은 강사진이 개별적으로, 일명 '특공대'가 돼 더 교육을 하니 모자란 실력을 메울 수 있다. 입영은 다리가 아프고 잠영은 숨이 가쁘다. 중량물 운반은 다리도 아프고 숨도 가쁘다. 필기는 '이걸 언제 공부해야하나' 걱정이 앞선다. 종합구조와 응급처치는 순서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다 하게 된다. 할 수 있다. 수영 두 달 배운 사람도, 체육시간 최하점 받던 몸치도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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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간의 교육 끝에 검정을 통과한 박준상 기자의 인명구조요원 자격증. 3년마다 재교육을 받고 갱신해야한다.
◆자격증은 '서류'일 뿐…중요한 건 자신감

기자가 받은 교육과 검정을 진행한 대한적십자사의 경우, 검정 직후 보통 하루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맨 위의 자격증의 모습이 보인다면 합격한 것이다. 온라인 사본을 출력해 사용할 수도 있고 플라스틱 카드형 실물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도 있다. 몇 점인지 알고 싶다면 해당 지사에 문의하면 된다. 그러나 기자는 합격에 만족해 점수는 물어보지 않았다.

교육 초반에는 '내가 정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 익수자는 더욱 결렬하거나 통제되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이 교육은 익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수료만 하고 검정에서 탈락하면 자격증은 받을 수 없다. 수료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자격증은 이 교육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 자격증 따러 갔는데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당연히 속상하다. 그렇지만 검정은 다시 받을 수 있다.

물론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 없어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고 심폐소생술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교육을 수료하고 덤으로 자격증까지 땄다는,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준비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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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함께 교육을 한 동기들과 강사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수상안전강사 봉사회 제공

함께한 대한적십자 인명구조요원 교육동기생

김다현, 김도희, 김두환, 김은솔
김주석, 김지윤, 김형록, 김호민
박성준, 박재용, 박종권
박효진, 배현민, 백창현, 서재민
윤영석, 이지혁, 장현호, 전승규
정종훈, 조용준, 조인기, 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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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기자

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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