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음악으로 떠나는 대구경북 여행 (1)

  • 노진실,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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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7  |  수정 2023-07-12 12:58  |  발행일 2023-07-07 제33면
여행서 만난 음악,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기도

우리 지역 보석 같은 음악 테마 여행지 속으로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음악으로 떠나는 대구경북 여행 (1)
〈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몇 해 전 북극권 나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를 마주한 신기함과 설렘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옅어졌다. 여행지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다가 언젠가는 잊힌다. 내가 예전에 그곳에 갔었다는 사실 정도만 남는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뚜렷하게 남는 장소, 기억이 있다. 기억의 한 조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바로 그 나라의 '마트'다, 세계적인 명소가 아니라. 그때 그곳에서 보낸 짧은 시간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신비로운 순간이었다. 마트 안에서 갑자기 흘러나온 노래 때문이었다. "This is the end~"로 시작하는 여자 가수의 노래. 허스키하고 풍부한 목소리. 


아델의 'Skyfall'이었다. 당시 마트의 스피커가 어땠는지는 몰라도 음질이 너무 뛰어났다. 마치 공연장에라도 온 것처럼. 바깥은 아직 밝은 밤, 낯선 나라의 건물 안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온 몇 분 동안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장바구니를 든 손이 비장해졌다. 노래 하나가 주변 세상에 새로운 색채를 입혔고, 평범했던 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Skyfall'을 들으면 그때가 생각나고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누구한테라도 그런 노래(연주), 기억이 있을 것이다. 노래 가사에 '너와 함께 듣던 노래'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옛 연인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한순간이 그리운 것이고, 음악이 과거를 불러오는 강력한 매개일지 모른다.

이처럼 음악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힘을 지녔다. 그래서 음악과 함께하는 인생은 더 풍요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장르가 클래식이든, 재즈이든 팝이든 또는 트로트이든. 또한 음악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의 교과서가 된다. 어떤 것에서든 가장 중요한 건 '리듬(rhythm)'이라는 걸 음악이 가르쳐주니까.

많은 작가와 음악가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의 매력, 우리 삶에 있어 음악의 의미를 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끊임없는 가치 판단의 축적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그림일 수도 있고 와인일 수도 있고 요리일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음악입니다. 그런 만큼 정말로 좋은 음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무라카미 하루키·비채)

"삶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야 한다. 필요할 때는 망설일 줄도 알아야 더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침묵이 소리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음악의 여백은 반향의 공간으로, 그 공간이 없으면 맥락이 흐려지고 극적인 영향도 사라진다. 음악은 때로 망설이고 한숨 돌리면서, 다가올 순간을 대비해야 한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해야 한다. 음악이 가르쳐주는 삶의 교훈이다."(모든 순간의 클래식·올리버 콘디·앤의서재)

너무 더워 잠시 한숨 돌리며 쉬어가야 할 것 같은 계절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대구·경북에도 음악을 주제로 여행을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공간이 있다. 또 우연히 나만의 음악 감상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그곳에서 다른 복잡한 것들을 비워내고 나를 매료시킨 음악에만 한번 빠져보는 것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음악으로 떠나는 대구경북 여행 (2)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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