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콤팩트도시와 로컬 크리에이터, 그리고 스마트시티

  • 김희대 대구TP 글로벌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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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8 08:50  |  수정 2023-08-18 09:16  |  발행일 2023-08-18 제25면
'콤팩트 도시' 대구, 고층 건물 아닌 창의적인 골목에 답 있다

콤팩트시티
〈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여름휴가로 군산에 다녀왔다. 지도를 펴놓고 전국에 가 보지 않은 지역을 골라보니 전라도 서북단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에서 군산 관련한 책을 여러 권 빌려 미리 공부도 하였다. "군산은 머물러 있는 도시가 아닌 지난 시간들을 지키고 쌓아온 도시"라는 군산 출신 배지영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군산 월명동, 영화동 일대 골목길에서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독립서점, 실험적인 음식점과 공간들을 만났다. 낙후된 공간을 문화예술과 혁신창업 공간으로 바꾸어 도시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군산은 인구감소로 도시전체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콤팩트 도시'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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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TP 글로벌협력센터장

최근 외부 확장이 어려운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도심 내부에 인구유동량과 밀도를 높이는 콤팩트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콤팩트 도시는 도시의 확산을 억제하고 주거, 직장, 상업 등 일상적인 도시기능들을 가급적 기성 시가지 내부로 가져와 공간을 복합용도로 이용하는 도시계획개념이다. 시가지경계 안쪽에 효율적인 공공 교통 제도를 배치하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여 좋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콤팩트 도시 개념은 1922년 '300만 도시계획'을 제안한 르코르비제(Le Corbusier)에서 출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도시들이 외곽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자연환경 파괴와 높은 사회적 인프라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등장했다. 최근에는 스마트시티 기술의 도움으로 콤팩트 도시 개발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콤팩트 도시를 정책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부터 자치단체가 '입지적정화 계획'을 수립하고 압축도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토지이용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이미 개발된 시가지와 거주구역을 기준으로 상가 병원 등 도시기능구역을 재설정함으로써 도시규모를 줄이는 계획이다. 한국도 외연확장에 한계를 가진 도시들이 늘어나면서 콤팩트 도시 개념을 적용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3년 도시재생법 제정에 따른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포함하여 지방 도심에 새로운 구심점을 조성하는 도심융합특구(국토부)나 도보로 10분 이내 직장·주거·놀이문화·교육기능이 있는 하이퍼 클러스터 형태로 조성하는 디지털혁신거점(과기부)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 도시기능을 市 내부로"
이동거리·시간·공간 최소화한
콤팩트 도시 핵심 구성요소는
골목 경제와 로컬 크리에이터

1천여 골목길 자산 가진 대구
스마트시티 기술 방아쇠 삼아
지역 자원 기반해 새 가치 창출
"지난 시간 지키고 쌓는 도시로"



하지만 인프라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나 높은 건축물에만 집중하는 사업계획을 보면 콤팩트 도시철학에 잘 부합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콤팩트 도시가 지향하는 계획과 추진이 성공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조건들을 반드시 완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콤팩트 도시는 반드시 스마트시티 기술과 함께 가야 한다. 한국사회주택협회 최경호 이사는 콤팩트 도시의 문제점으로 고밀화에 따른 일조량 감소, 난방 부담 증가, 고층건물 증가로 인한 수직교통비용 상승, 혼잡도 증가 등을 지적한다. 스마트 기술은 콤팩트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기능을 지원한다. 건축, 물류, 교통, 에너지, 건축공법 등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여 자체 문제해결 역량을 높인다. 첨단화된 무인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에너지와 교통 데이터를 이용하여 미래를 시뮬레이션한다. 나아가 로컬 크리에이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디지털플랫폼과 연결하여 도시의 물리적 공간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고밀화에 대한 환상을 극복해야 한다. 콤팩트 도시에 대한 오해 중에 하나가 용적률과 건폐율을 조정하여 건물을 고층으로 건축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콤팩트 시티의 방점은 도시의 외연확장을 억제하고 에너지 사용과 교통 혼잡도를 획기적으로 줄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사람들의 '이동거리'와 '이동 횟수'를 줄이고 조닝(zoning) 제도에 묶인 기존 건축물을 복합건물로 허용함으로써 적정 규모의 인구 밀집을 유도한다. 1층에는 상업, 2~5층은 사무실 등의 취업시설, 상층은 주거 시설이나 호텔 등이 들어오면 최저 1일 16시간은 상시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가는 도시가 된다. 도시는 건물의 복합이용과 도보, 자전거 이용을 통해 에너지와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소도시가 아닌 대도시는 이러한 콤팩트 지구를 도시 내 여러 곳에 다핵으로 개발하여 연결함으로써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셋째, 골목경제와 로컬 크리에이터는 콤팩트 도시의 핵심 구성요소다. 골목은 지리적, 역사적, 사회적으로 고유한 맥락(context)을 제공한다.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의 특별한 콘텐츠(contents)를 만드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선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여 교류(connection)를 만드는 장소이다. 잘 개발된 골목은 공통의 추억이자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소셜믹스 공간'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골목상권 등 지역 시장에서 지역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을 말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식음료, 숙박, 카페 등 전통적인 골목산업뿐만 아니라, 디자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소셜벤처, 문화기획, 도시재생 스타트업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콤팩트 도시에서 커뮤니티와 함께 협업하며 혁신 분야를 확장하는 도시 디엔에이(DNA)다.

넷째, 콤팩트 도시에 대한 원주민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콤팩트 도시 추진은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지역 소상공인의 저항 등 현실적인 문제와 만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조정하는 과정은 리빙랩에 기반해 해결하거나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창의적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모여서 인구 유동량을 높일 수 있도록, 가령 차 없는 거리를 만들거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비한 조합을 만들어 공동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골목에 거주하는 구체적인 시민들과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소셜클라우드소싱,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등의 스마트시티 기술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구감소와 외연 확장이 정체된 오늘날의 도시는 콤팩트 도시가 필연적이다. 대구는 근대문화거리, 김광석길, 안지랑 곱창골목 등 1천개가 넘는 골목 자산이 있다. 골목길과 창의적인 로컬 크리에이터의 연결, 높은 인구유동성이 만드는 다양성과 포용성, 건물의 복합이용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와 성숙한 시민력 등은 콤팩트 도시의 혁신 임계치를 높인다. 스마트시티 기술은 콤팩트 도시의 혁신 생태계를 활기차게 만드는 방아쇠다. 창의적인 골목과 로컬 크리에이터, 그리고 스마트시티 기술이 바탕이 되는 콤팩트 도시를 추구한다면 대구는 '머물러 있는 도시가 아닌 지난 시간들을 지키고 쌓는 도시'가 될 것이다.

<대구TP 글로벌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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