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날씨와 축제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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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2 06:42  |  수정 2023-09-22 06:56  |  발행일 2023-09-22 제27면

가을장마라고 할 정도로 연일 비가 내린다. 가을장마는 8월 말에서 10월 사이 중국 북동쪽으로 올라간 장마전선이 시베리아 고기압과 부딪쳐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비를 동반하는 기상 현상으로 분석한다. 가을장마는 한창 수확을 앞두고 익어가는 농작물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농민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라며 싫어하는 비다.

행사나 축제는 '날씨가 반 부조'라는 말처럼 날씨가 크게 성패를 좌우한다. 가을에 열리는 축제 가운데 유난히 비와 인연이 많은 행사가 9월 중순 무렵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오미자 축제다. 오미자 수확 철이 이맘때여서 다른 시기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문경오미자축제는 거의 매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러졌다.

문경 오미자를 산업화하고 축제를 기획하는 등 농업기술센터 공무원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 퇴직한 지인이 오미자 축제가 열리기 전인 지난 주말 전화가 왔다. 이야기 끝에 축제 기간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 소식을 전하자 "내 이름에 비우(雨) 자가 있어 계속 비가 내렸는데 퇴직해도 축제가 비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네"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만큼 오미자 축제 시기에는 비가 내린 적이 많았다.

다행히 올해는 비가 내렸지만 축제 속의 축제로 '송어 축제'를 곁들여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어 빗속에 열린 오미자 축제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비가 너무 많아 내려 축제장 하천에 관상용으로 방류했던 무지개송어는 불어난 물에 모두 떠내려갔다는 후문이지만 문경의 특산물로 오미자와 송어를 함께 알린 효과를 거두었다. 새로운 시도가 비로 주춤하던 행사 분위기를 다소나마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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