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시가 맛있다면 셰프들이 화를 낼까!…세상의 맛에 지친 어른들도 위로하는 '동시의 맛'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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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0  |  수정 2023-10-20 08:14  |  발행일 2023-10-20 제15면
한국 아동문학계 대표 시인

하청호 16번째 펴낸 동시집

배려·다정함의 마중물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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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째 동시집 '동시가 맛있다면 셰프들이 화를 낼까'를 펴낸 하청호 시인. 이번 동시집에는 순수하고 따뜻한 동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6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영남일보 DB〉

한국 아동문학계를 대표하는 하청호(대구문학관장) 시인의 열여섯 번째 동시집이다.

'동시가 맛있다면 셰프들이 화를 낼까'라는 제목처럼 시인은 동시의 '맛'에 집중한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맛은 아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순수하고 따뜻한 맛에 더 가깝다.

이번 동시집에는 순수한 동시의 맛을 드러내는 6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때로는 "목마름을 걷어가는"('물의 입술') '물'의 맛이면서, "사랑한다고 하면 향기가 나는"('말의 때') '말'의 맛이기도 하다. 또 "깊은 감동을 마음속에 놓고 가는"('글자들이 달린다') '책'의 맛이다. 엄마와 할머니, 동생과 언니가 함께했던 '가족'과 '추억'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다양한 동시의 '맛'을 선보이면서 한편으로는 여전히 "밥 먹기 부끄럽다"('벼꽃이 핀다')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러면서 늘 새로운 감각과 발견을 통해 동시의 새로운 맛을 선보여 온 지난 50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동시의 또 다른 맛을 발견할 것을 다짐한다. 또 자신의 문학 활동이 지난 반세기의 활동과 이어져 있으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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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호 지음/청개구리/ 120쪽/1만2천500원

시인의 그러한 다짐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배려'이며 '다정함'이다. "나비가 다치지 않을 만큼"('다가가기') 친구에게 다가가고, "지붕과 대들보와 주춧돌이 얘기를 나누며"('기와집이 아름다운 것은') 기와집의 멋진 곡선을 완성하고, "내 잠까지 끌어와 살포시 엄마를 덮어주는"('엄마의 잠') 마음이다.

꾸밈없는 색채가 인상적인 원정민의 그림이 더해져 시인이 말하는 동시의 순수하고 따뜻한 '맛'을 한층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동시를 좋아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극적이고 화려한 맛으로 가득한 요즘 세상의 맛에 지친 어른들에게도 위로가 된다.

임수현 시인은 "하청호 시인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는 세상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다정함이라고, 더 나아가 그 힘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평한다.

하청호 시인은 이번 시집을 펴내며 땅속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는 데 쓰는 '마중물'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용기, 놀라운 상상력을 퍼 올리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하청호 시인은 1972년 매일신문과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빛과 잠' 외 20권이 넘는 동시·동화집과 '다비 노을' 외 3권의 시집, '그 많은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외 3권의 산문집을 냈다. 세종아동문학상(1976), 대한민국문학상(1989), 박홍근아동문학상(1989), 방정환문학상(1991), 윤석중문학상(2006), 대구시문화상(2005), 대한민국예술문화상(2022) 등을 수상했다.

등단 후 50년간 동시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대구아동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대구 아동문학계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대구문학관 관장으로 취임해 아동문학을 넘어 대구 문학계 전반의 '마중물'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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