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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김교각 스님의 일생을 조명한 장편소설 '내 곁의 부처'를 펴낸 소설가 김정현. 〈영남일보 DB〉 |
지리산 불락사 태어난 석효명
김교각 삶과 천년 시간 교차
그는 지장보살의 '현신'일까
소설 '아버지'로 전 국민의 마음을 울린 김정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김교각 스님의 일생을 조명한다. 김교각은 1천300년 전 신라 왕자 신분으로 중국 땅에서 불법을 펼쳐 지장보살로 추앙받은 승려다. 99세의 세수로 입적한 후 3년이 지나도록 썩지 않아 육신에 금을 입혀 등신불로 봉안됐다. 특히 신화가 아닌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당문(全唐文)에 실린 '구화산화성사기(九華山化成寺記)'를 비롯해 후대에 기록된 몇몇 문헌, 특히 당(唐) 숙종이 내린 '지장이생보인(地藏利生寶印)'은 김교각의 생애를 뚜렷하게 증명한다.
늦깎이로 역사에 빠진 저자는 15년 전 중국 난징(南京)의 한 사찰에서 김교각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 그러면서 오랜 세월 중국 민중의 신앙으로 남아있고 지금은 등신불이 모셔진 주화산에 한국 불자들의 발길까지 이어지는데, 정작 국내 작가가 쓴 '김교각의 글은 없다'는 사실에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이후 문헌 조사는 물론 현장 취재를 통해 김교각의 삶을 좇는다. 동시에 현세의 불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곳곳의 사찰을 찾다 지리산 자락 쌍계사 말사인 불락사와 인연이 닿아 범패(梵唄)를 접할 수 있었다. 인근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었던 칠불사도 있었다. 인연이 되려는지 두 절의 스님께서 당신들의 실명을 소설의 무대에 올려도 좋다는 허락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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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지음/반딧불이(한결미디어)/340쪽/전 2권 3만2천원 |
긴 성찰의 과정을 거치며 작가는 석가모니의 근본 사상은 평등과 자유이고, 평등의 자존으로 진정한 자유를 찾아 저마다 희망을 품는 세상이 곧 부처가 말하는 '천상'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면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기존의 문헌과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을 참고로 해 김교각의 수행과 구도 행로를 전 2권의 장편소설로 완성한다.
소설은 김교각의 삶과 지리산 불락사에서 출생한 석효명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준다. 김교각이 고귀한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나 불법을 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인물이라면 현실의 석효명은 진흙탕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지난한 삶 속에서 자기 안의 부처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천 년의 시공을 넘나드는 김교각과 석효명의 이야기는 싹을 틔워 점점이 이어지는 '영원한 인연'처럼 감동을 준다.
풍설에 전해지는 것처럼 김교각은 1천300년 후 다시 신라 땅으로 돌아오겠다고 기약한다. 소설 속 석효명은 과연 지장보살의 현신일까. 현실에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평등과 자유, 그리고 인연에 대해 되새기게 된다. 소설 속 김교각의 수행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불법을 구하는 수행자의 참된 자세와 인간적 고뇌도 엿볼 수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평야를 지나고 험준한 산을 넘어 주화산에 이르는 과정은 때론 담담하게 때론 벼락처럼 불법의 무한한 세계로 이끈다.
저자 김정현은 1994년 소설 '함정'으로 문단에 나왔다. 1996년 발표한 소설 '아버지'는 3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아버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뒤늦게 역사에 빠져 30년 가까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와 유적지를 답사했다. 그사이 사람다운 길을 간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고향사진관'을 펴냈고, '황금보검' '안중근, 아베를 쏘다' 등의 역사소설을 펴냈다. '길 없는 사람들' '키스' '높은 중국 낮은 중국' 등의 소설과 에세이집도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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