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쓴소리를 견뎌내야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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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7  |  수정 2023-11-27 06:55  |  발행일 2023-11-27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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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우기자 (정경부)

올해 지인 조언을 받아 지역기업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얻었다. 소문을 듣고 내게 목돈을 만들어준 주식 종목들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는 이들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왜 그 종목에 투자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그 종목의 가치를 역설하며 투자를 권유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원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인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종잣돈을 밀어 넣은 건 아니었다. 실제 전도유망한 업체인지 일일이 분석했고, 마침 만기된 적금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터였다. 몇 년 전이라면 지인의 조언을 듣지도 않고 그냥 흘렸을 것이다. 요즘은 다르다. 모른 척 지나치기 쉬운 말도 깨알같이 주워 담으면 자산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시한다. 원망하는 이들은 대개 설명을 듣지 않고 수익을 올려준 종목만 따져 묻는다. 2~3년 전 코인(가상화폐) 광풍에 종잣돈을 잃은 2030의 사례들이 떠올랐다.

섣부른 결론은 일을 그르치기 쉽다. 하지만 "좀 신중하라"는 조언을 하면 곧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조언=꼰대'라는 등식이 생기면서다. '꼰대'란 극도의 자기중심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지나친 간섭과 시대착오적 조언을 한다면 '꼰대'로 분류된다. 언제부턴가 꼭 필요한 조언, 과오 등을 알려주는 사람까지도 주제넘은 조언을 한다며 꼰대로 매도되는 사회풍토가 만들어졌다. 소통 창구를 아예 차단하거나 동료들의 충고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정당한 지적이나 훈계를 무시하는 벽창호, 선배나 상사의 진심 어린 조언도 듣지 않는 잘난 맛, 선배나 상사에게 당연한 듯 부탁하는 몰염치, 예의 없이 행동하고 상대가 쿨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강요, 선배나 상사에게 밥값·술값 등을 떠넘기는 후배, 지적하는 선배나 상사를 익명 게시판 등에 비방하는 빅마우스가 대표적 유형이다.

꼭 필요한 말까지 눈치를 봐가며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다. 소처럼 되새김질만 하다가 삼킨 충고들을 떠올리며 '젊은 세대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조언하는 법' 따위를 검색하다가 그만두게 된다. 쓴소리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달콤한 말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때부터 쓴소리를 독처럼 여긴다. 아이러니한 건 '탕후루'처럼 달콤한 말은 소리 없이 몸을 해치고 쓴소리는 당장 언짢지만 수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 수년 전 유행으로 번졌던 욜로(YOLO)족들의 후회를 보자.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자'고 외치던 이들은 욜로가 아니라 골로 간 뒤 뒤늦게 티끌을 모으고 있다.

손선우기자〈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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