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공연장 박수의 타이밍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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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1  |  수정 2023-12-11 06:59  |  발행일 2023-12-11 제22면
최근 공연 악장간 박수 잦아

아리아 마치기 전 박수 나와

'안다 박수'는 여운을 방해해

박수 늦어도 문제 되지 않아

적절한 박수 연주자에 감동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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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최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가면 유독 공연장 안내원들의 '악장 사이 박수 금지' 안내가 잦았다. 보통 휴대전화를 끄거나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달라는 주의사항 안내는 하지만, 이런 안내까지 한 것 보면 최근 악장 사이 박수가 나온 공연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횟수를 세보진 않았지만, 실제 기자가 갔던 공연 중에도 의외의 순간에 박수가 나와 다소 의아했던 적이 있다. 지난 7월 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선발을 위한 연주회 중에는 곡 중간에 마치 연주가 끝난 후 나올 법한 큰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당시 지휘를 맡았던 상임지휘자 후보자는 손을 들어 객석에 박수를 멈춰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콘서트하우스 외에도 최근 대구의 공연장에서 성급한 박수가 나왔다. 성악가가 오페라 아리아를 다 마치기도 전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 관객들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상황에 맞지 않는 박수가 주로 나왔던 객석 인근 관객들은 1막이 끝나고 다 빠져나가 객석이 텅 비어 있었다.

이런 박수가 많이 나오는 공연은 공통점이 있다. 초대권이 많은 공연이거나 공연장을 처음 찾는 관객이 많은 경우다. 최근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졌던 건 새로운 관객의 유입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엔데믹 후 유명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 공연이 갑작스럽게 몰리면서 기존 클래식 애호가 외에 공연장 관람 에티켓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적지 않게 공연장을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르고 하는 박수뿐만 아니라 알고 하는 박수도 있다. 이 곡이 끝나는 시점을 나는 알고 있다는, 자랑하듯 나오는 일명 '안다 박수'다. 공연 끝에 나오는 박수임에도 이런 박수는 음악이 주는 여운을 해친다. 박수는 지휘자가 관객석으로 돌아볼 때, 연주자가 연주를 마치는 제스처를 취할 때 천천히 해도 된다.

박수 외에도 공연 관람에 방해되는 '관크(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신조어)'는 있다. 팸플릿이나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것이다. 지난해 2월2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 리사이틀에선 공연 전 소리가 날 수 있는 물건은 모두 바닥에 놓아달라는 안내도 있었다.

반면 적절한 박수와 집중도 높은 관객은 관객과 연주자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월드오케스트라 페스티벌 마지막 공연이자 대구콘서트하우스 재개관 10주년 기념 공연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공연(11월17일)에선 관객들이 높은 집중도를 보여줬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힘찬 박수와 함께 마치 록 콘서트에서 들을 법한 환호성이 나왔다. 이날 지휘를 맡은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관객에 대한 감동을 표현했다. 이후 넬손스는 앙코르곡 연주 전 공연에 대한 소감을 객석을 향해 꽤 길게 말했다. 한국 공연이 처음이라는 넬손스는 "감정적으로 충만함을 느꼈다"라며 "이처럼 주의 깊게 귀 기울이고, 음악의 드라마에 몰두하는 관객과 함께한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을 볼 때 '관크'를 하지 않으려 과도하게 의식해 뻣뻣하게 볼 필요는 없다. 연주자에게는 공연이 끝난 후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공연을 보러 온 다른 관객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모두 공연을 즐겁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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