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complex). 사전에서는 이를 "인간의 마음 혹은 심리에 영향을 주는 내면의 구조 혹은 힘"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매우 복잡하다. 이 때문에 칼로 무 베듯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그 복잡한 심리 가운데 특히 강한 부분을 이름만 들어도 알기 쉽게 묶어버린 것이 콤플렉스다. 보통 콤플렉스가 강할수록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거나 편향된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콤플렉스는 대부분 '결핍'에서 시작되는데, 간혹 어떤 콤플렉스는 '과잉'에서 시작된다.
'MZ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에 주목받는 이영지는 지난 21일 첫 EP 앨범 '16 FANTASY'를 발매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스몰걸(Small Girl)'에 대해서다.
우리가 흔히 "설렌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르에는 암묵적인 룰(Rule)이 있다. 남자는 키가 크고, 여자는 작고 아담한. 신체적 차이가 대표적인 그 규칙 중 하나다. 그리고 스몰걸은 이 룰을 완전히 박살냈다. 스몰걸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보다 키가 작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이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여자주인공 대신 꺼내주거나 가뿐히 상대방을 들어 올리는 등의 장면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장난치고 세차를 함께하며 '동등함'에서 오는 신선한 설렘을 만날 수 있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로 갈수록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을 더 사랑하게 된다. 그럴수록 여자주인공은 다른 작은 여자들을 질투하게 되고, 그녀는 '빅 걸 콤플렉스'의 저주에 걸려 몸집이 점점 더 커진다. 결국 여자주인공은 지붕을 뚫어버릴 정도로 거대하게 자란다. 이런 저주를 풀어주는 건 뻔하게도 남자주인공의 사랑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전하는 말은 뻔하지 않다. 처음부터 여자주인공의 큰 키, 큰 목소리, 강한 성격은 남자주인공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주인공의 몸집이 하늘을 뚫을 정도로 자라도, 그녀의 달라진 외형보다 손가락에 난 자그마한 상처에 더 마음 쓰여 한다. 이런 남자의 모습에서 사랑을 느낀 여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큰 키, 큰 목소리, 강한 성격의 '빅 걸'로 남자의 옆을 지킨다.
흔히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키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그런 거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저 당신이라서"가 진짜 사랑이 아닐까.
바다 같은 당신이 담길 만한 그릇을 찾아 헤매기보다, 혼자 헤엄치는 자신도 멋지다는 걸 깨닫고 즐기는 그날을 기원하며.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MZ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에 주목받는 이영지는 지난 21일 첫 EP 앨범 '16 FANTASY'를 발매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스몰걸(Small Girl)'에 대해서다.
우리가 흔히 "설렌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르에는 암묵적인 룰(Rule)이 있다. 남자는 키가 크고, 여자는 작고 아담한. 신체적 차이가 대표적인 그 규칙 중 하나다. 그리고 스몰걸은 이 룰을 완전히 박살냈다. 스몰걸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보다 키가 작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이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여자주인공 대신 꺼내주거나 가뿐히 상대방을 들어 올리는 등의 장면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장난치고 세차를 함께하며 '동등함'에서 오는 신선한 설렘을 만날 수 있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로 갈수록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을 더 사랑하게 된다. 그럴수록 여자주인공은 다른 작은 여자들을 질투하게 되고, 그녀는 '빅 걸 콤플렉스'의 저주에 걸려 몸집이 점점 더 커진다. 결국 여자주인공은 지붕을 뚫어버릴 정도로 거대하게 자란다. 이런 저주를 풀어주는 건 뻔하게도 남자주인공의 사랑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전하는 말은 뻔하지 않다. 처음부터 여자주인공의 큰 키, 큰 목소리, 강한 성격은 남자주인공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주인공의 몸집이 하늘을 뚫을 정도로 자라도, 그녀의 달라진 외형보다 손가락에 난 자그마한 상처에 더 마음 쓰여 한다. 이런 남자의 모습에서 사랑을 느낀 여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큰 키, 큰 목소리, 강한 성격의 '빅 걸'로 남자의 옆을 지킨다.
흔히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키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그런 거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저 당신이라서"가 진짜 사랑이 아닐까.
바다 같은 당신이 담길 만한 그릇을 찾아 헤매기보다, 혼자 헤엄치는 자신도 멋지다는 걸 깨닫고 즐기는 그날을 기원하며.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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