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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구 반대편에 있는 콜롬비아는 한국에서 이동만 최소 20시간이 걸리는 낯설고 생소한 땅이다. 해발 2천600m 안데스 산맥을 끼고 있는 이 나라는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밀려온 사람들이 뒤섞여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들끓는 욕망을 불태우고 있다.
31일 개봉하는 김성제 감독의 영화 '보고타:마지막 기회의 땅'은 한국영화에서는 드물게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IMF로 모든 것을 잃은 '국희'(송중기)의 가족들이 한국에서 더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마지막 기회를 찾아 콜롬비아로 향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가족들이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보고타 한인사회의 실세인 박병장(권해효), 수영(이희준)과 얽히게 되면서 파란만장한 생존기가 펼쳐진다.
낯선 땅 콜롬비아를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한 것은 제작자의 오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0년대에 콜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 제작사 대표는 이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흥미로운 삶을 목격했고,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화에 착수했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메인 로케이션 장소로 잡았으며,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국적 풍광을 영화에 다채롭게 녹여냈다.
지금까지 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대개 마약을 주된 소재로 차용했다면 이번에는 '의류밀수'라는 색다른 소재를 빌어온 것이 눈길을 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낯선 땅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자신'과 '돈'뿐이라는 주인공의 뼈아픈 확신이 굳어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범죄액션 장르를 택했지만 기존 범죄액션 영화들의 현란한 액션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호불호가 있을 듯도 하다.
전작 '소수의견'을 통해 법정물의 장르적 매력을 조화롭게 보여준 감독은 이번에는 리얼리티 가득한 범죄 드라마로 승부수를 걸었다. 이희준, 김종수, 박지환 등 대체불가한 존재감으로 최근 충무로에서 캐스팅 목록 1순위에 있는 배우들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국희의 위태로운 삶이 보는이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국희부터 30대 국희까지를 연기한 송중기는 "20대부터 30대까지, 한 인물의 긴 서사를 연기한 적은 처음이었다"면서 "배우 송중기 그리고 인간 송중기의 인생에 굉장히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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