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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아 (시인·경영학 박사) |
그해 2024년 겨울은 그다지 혹독하지 않았다. 다만, 몸서리쳐질 만큼 날카로운 추위가 온 나라를 파고들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두 글자가 사람들을 헤집었고, 그로 인해 모두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더 진하고 더 많은 커피를 마셔야 했는데, 어쩌면 쏟아내던 말들을 잠시라도 멈추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낮도 밤도 어수선했다. 부끄러움과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던 계절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이유로 다른 생각들은 멈춰 버렸던 것일까.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 벌거벗은 나르시시즘이 그들의 내면을 결국 무너뜨리고 말았던 것이었을까. 모든 것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는 '사계'를 떠올리면 그만이었다. 그들은 늘 다정하고 온화했다. 일 년에 네 번은 만나야지 하고, 봄여름가을겨울로 모임 이름을 정하다가 누군가 좀 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 있어 보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렇게 해서 '사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계'는 필자의 잦은 부재에도 거뜬히 만남을 이어가는 세상 정다운 모임이다. 용서하는 마음과 용서받는 마음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괜찮아요"로 대답한다. 우울을 가볍게 웃음으로 흩어내는, 참으로 희한한 사람들이다.
그해 마지막 날은 여고 동창들이 모였다. 필자의 '문화칼럼' 마무리와 대학에서 가르치다 다시 문화예술에 도전한 P의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번개는 모임을 늘 풍성하게 만드는 파리지엔느 K가 친 것이었다. 우리들은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문화예술을 사랑한다. 간송미술관에서 '미녀도'의 말간 표정을 읽어내던 일도, 백혜선의 '라발스'에 몰입했던 순간도 당연히 함께했음이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듬어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아름다운 그들은 필자의 졸시를 귀하게 여겨 주기도 한다. 그들을 응원하고 축복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겸허와 감사에 대해 두 손을 모았다.
그랬다. 그해 2024년 겨울은 여전히 애틋했다. 삶이란 늘 그런 것이었으리라. Y일보의 K기자와 P기자의 근황도 궁금해진다. 넉 달을 함께 했던 그들과는 가끔 그해 겨울 언저리에서 서성일 때가 있다. 그들은 여전히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는 것일까.
눈이 내린다. 이번 눈은 제법 센 편이어서 도시가 마비될 것이라고 한다. 헨리를 데리고 얼른 동네 한 바퀴를 돌아와야겠다. 이곳 보스턴에도 머지않아 봄이 찾아올 것이다.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것은 그러다 서러워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기도 한다.고경아<시인·경영학 박사>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이유로 다른 생각들은 멈춰 버렸던 것일까.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 벌거벗은 나르시시즘이 그들의 내면을 결국 무너뜨리고 말았던 것이었을까. 모든 것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는 '사계'를 떠올리면 그만이었다. 그들은 늘 다정하고 온화했다. 일 년에 네 번은 만나야지 하고, 봄여름가을겨울로 모임 이름을 정하다가 누군가 좀 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 있어 보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렇게 해서 '사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계'는 필자의 잦은 부재에도 거뜬히 만남을 이어가는 세상 정다운 모임이다. 용서하는 마음과 용서받는 마음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괜찮아요"로 대답한다. 우울을 가볍게 웃음으로 흩어내는, 참으로 희한한 사람들이다.
그해 마지막 날은 여고 동창들이 모였다. 필자의 '문화칼럼' 마무리와 대학에서 가르치다 다시 문화예술에 도전한 P의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번개는 모임을 늘 풍성하게 만드는 파리지엔느 K가 친 것이었다. 우리들은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문화예술을 사랑한다. 간송미술관에서 '미녀도'의 말간 표정을 읽어내던 일도, 백혜선의 '라발스'에 몰입했던 순간도 당연히 함께했음이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듬어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아름다운 그들은 필자의 졸시를 귀하게 여겨 주기도 한다. 그들을 응원하고 축복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겸허와 감사에 대해 두 손을 모았다.
그랬다. 그해 2024년 겨울은 여전히 애틋했다. 삶이란 늘 그런 것이었으리라. Y일보의 K기자와 P기자의 근황도 궁금해진다. 넉 달을 함께 했던 그들과는 가끔 그해 겨울 언저리에서 서성일 때가 있다. 그들은 여전히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는 것일까.
눈이 내린다. 이번 눈은 제법 센 편이어서 도시가 마비될 것이라고 한다. 헨리를 데리고 얼른 동네 한 바퀴를 돌아와야겠다. 이곳 보스턴에도 머지않아 봄이 찾아올 것이다.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것은 그러다 서러워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기도 한다.고경아<시인·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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