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꽃과 함께 나누는 삶

  • 신노우〈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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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7  |  수정 2025-03-27 08:30  |  발행일 2025-03-27 제17면
신노우 수필가(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신노우〈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인생의 반은 나를 위해서 살고, 나머지 반은 남을 위해서 살라는 말이 있다. 퇴직 후에 꽃과 함께 나누는 삶을 계획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원예치료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관련되는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예치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뒤 첫 봉사를 시작한 곳은 사할린에서 살던 어르신들이 고국에 뼈를 묻겠다고 귀국하여 지내고 있는 고령의 D 양로원이다. 매월 2회씩 봉사한 지가 22년째다. 양로원의 원예치료 봉사는 어르신들이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오는 무료함과 사할린에 두고 온 가족들로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이제 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기죽은 생각을 꽃 작품의 연출로 자존감을 높여 주고자 진행한다. 봉사를 마치고 배웅하면, 고맙다고 악수하고 나를 포옹하기도 해서 가족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보상받는다.

퇴직하고, 공무원연금공단 대경 상록아카데미 '생활원예와 원예치료' 재능 기부 강의를 시작했다. 3년 강의하고, 강좌 수료생 20명으로 원예치료 자원봉사단을 조직하고 단장을 맡았다. 대구 S 재가노인돌봄센터 치매 1단계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시작했다. 치매 타파 체조와 꽃식물 연출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병세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에 봉사한 지가 8년째다. 돌봄센터를 나서며 인사했다. "또 언제 와요?" 한 어르신이 불쑥 외친다. 오늘 봉사도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소리에 가슴 가득 환한 불이 켜진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면 나 또한 춤이라도 추고 싶다.

경북 화훼수출농업기술지원단 기술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지가 올해로 12년째다. 매년 20여회 정도 봉사하고 있다. 컨설팅을 요청한 농가를 찾아 출발한다. 푹푹 찌는 꽃 재배 하우스 안에서 농업인과 함께 비지땀을 흘리며 답을 찾는 컨설팅이지만, 나 자신에게 답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현직에서 했던 일이라 퇴직 후에 만나는 일 중에 가장 보람을 갖게 해서 화훼컨설팅이 있는 금요일이 늘 기다려진다.

한때 허리 디스크로 고생할 때도 지팡이를 짚고 봉사활동은 계속했다. 원예치료 봉사나 화훼 컨설팅 현장에서 항상 큰 보람을 느꼈는데, 고맙게도 '퇴직공무원 사회공헌활동 수기 공모전'에 '대상'으로 당선되어 3월27일 오늘이 시상식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좀 더 밝은 사회 만들기와 농가에 도움 되는 꽃과 함께 나누는 삶은 계속하고 싶다.

신노우〈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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