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난가병'

  •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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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3  |  수정 2025-05-13 07:56  |  발행일 2025-05-13 제23면
'나라는 착각'은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그레고리 번스가 쓴 '자아' 탐구서다. 저자는 신경과학·심리학·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동원해 '자아 정체성'의 개념이 뇌가 만들어낸 허구임을 풀어낸다. "과거는 편집된 기억"이라고 단정하며, "'자아'를 뇌에 저장한 기억의 편린을 '나 중심'으로 편집한 서사"로 규정한다.

'나 중심'의 생각은 요즘 유행하는 '난가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난가병이 뭐냐고? '나인가? 병'이다. 가수이자 방송인 배철수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난가병이 현대인의 난치병 중 하나"라고 말한 후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선 난가병이 '다음 대통령은 나인가'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덕수 전 총리의 대선 후보 단일화 소동도 난가병이 원인일 수 있겠다 싶다. 김문수와 한덕수의 양보 없는 대치는 "내가 대선 후보로 더 적합하다"는 자만(自慢)의 발로였을 터다. 한밤 후보 교체를 주도한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난가병은 "나만이 여당 후보를 옹립할 수 있다"는 오만일 것이다.

어쩌면 이재명 후보는 목하 높은 지지율에 흠뻑 빠져 난가병에 허우적거릴지 모른다.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일수록 난가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장기집권하는 독재자들의 공통된 착각도 "이 나라는 나 아니면 안 돼"라는 난가병이다. 독감이 겨울에 기승을 부리듯 난가병은 선거철에 창궐한다. 대선·총선을 가리지 않고 습관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인물이라면 난가병 증세를 의심해봐야 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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