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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영남대 교수 |
명확한 정전의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그러나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는 몇 가지 가설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기온의 급격한 변화로 유도 대기 진동이 발생하여 전기의 단전이 왔을 것이라는 가설, 두 번째는 스페인은 50% 이상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데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이 전력망에 부담을 준 것이라는 가설, 세 번째는 사이버 공격에 의한 전력 단전이라는 가설, 네 번째는 국가 간 전력망의 상호 연결 취약성으로 스페인·프랑스 간의 전력 연결 실패에 따른 연쇄 전력 연결 붕괴가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 중 발전 변동성과 사이버 공격에 대한 취약성은 재생에너지 중 특히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들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은 날씨의 맑음과 흐림 정도, 혹은 바람의 강도에 따라 변동이 심해진다. 발전량은 시간대별로 일정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전력 계통으로 생산 전력량이 일정치 않게 들어가게 되어 전력량뿐 아니라 전력의 품질인 전력 주파수와 전압에도 미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사이버 테러일 가능성은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발전이 취약하다. 태양광 발전은 터빈을 돌려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교류전력을 생산하는 여타 발전과 달리 햇빛이 태양광 발전 패널에 맞아 그 빛에너지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므로 직류 전류를 생산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기기들은 모두 교류전력을 사용하므로 인버터라는 장치로 직류 전류를 교류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 인버터 장치는 원격 감시 제어가 가능하도록 통신망이 설치되어 있어 사이버 테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가장 적합한 전력 생산 방식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방식임이 여러 해에 걸쳐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유럽, 특히 스페인, 포르투갈 일대의 태양광 발전 시설물인 태양광 발전 모듈(빛을 받아 전기를 만드는 패널)을 포함한 인버터 등은 약 80% 이상이 중국제이고 그중 화웨이가 대다수 시장을 점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화웨이는 유럽 전력 수급 고위급 인사에 대한 뇌물 혐의와 독과점 우려로 유럽 연합으로부터 조사받고 있고,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와의 회의 제한 등과 함께 솔라파워 유럽에서 제명된 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스페인-포르투갈 정전의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밝혀질 스페인-포르투갈 정전 사태의 원인을 거울삼아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고, 또한 세계 시장에서 한 나라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무역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국가 간에 긴밀히 협력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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