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채권 자경단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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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8  |  수정 2025-05-28 07:08  |  발행일 2025-05-28 제27면
최근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5%를 웃돌자,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조짐이 보일 때, 국채를 매도해 수익률(금리)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정책에 경고를 보내는 투자자 집단을 일컫는다. 1980~90년대 미국 재정위기 속에서 등장한 이 개념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책을 감시하고, 제동하는 모습에서 '자경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채 금리 급등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있다. 자신의 공약인 감세 법안의 하원 통과에 국채 금리가 발작했다.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연방 부채는 최대 5조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정부 적자 확대 우려는 시장의 신뢰를 흔들고, 금리를 끌어올리는 채권 자경단의 움직임을 자극한다. 여기다 관세 정책도 한몫한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연방준비은행(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채권 시장에선 트럼프의 정책이 재정 악화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 결과 국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시장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국채 매도세를 촉발한다. 채권 자경단이 '이대로 진행하면 돈 빌리는 대가가 더 비싸진다'는 신호를 정부에 보내는 셈이다. 지난 4월 금리 발작 때도 트럼프가 관세 유예를 하며 채권 자경단에 굴복한 바 있다. 일본도 최근 국채금리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감세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 교훈이 이번에도 통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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