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우리이웃]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 이웃과 함께 나누는 ‘미정쌤’의 작은 무대

  •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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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0 22:07  |  발행일 2025-06-10
유학파 음악인의 재능 기부 콘서트, 카페 ‘범어동 문’에서 따뜻한 감동 전해
배미정씨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번뜩이는 영감으로 비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헌신하고 고생한 끝에 비전을 발견하고 실현한다." 에드 캣멀의 저서 창의성을 지휘하라에 담긴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음악으로 채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을 카페 '범어동 문(MUN 2)'에서 만났다.


지난달 24일 오후 2시. '봄과 여름 사이'라는 이름의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멀리 분당, 영천, 구미에서 온 관객들과 이웃 주민들까지 약 60명이 모였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앙상블 콘서트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이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배미정(57·사진) 씨다.


그의 음악 인생은 남다르다. 작곡을 전공한 뒤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길렀고, 5년 가까이 매일 아침 FM 라디오 진행도 맡았다. 개인 작품 발표까지 바쁘게 활동하다가 유럽으로 이민을 떠났다. 음악의 본고장에서 다양한 공부에 몰두했다. 2015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중·고등학생들과 인연을 맺었다. 청소년을 가르치는 일이 무척 즐거웠고, 교사라는 직업이 천직이라 여겼다. 현재는 대구농업마이스터고 음악교사로 재직 중이며, 대구예술영재교육원과 대구과학영재교육원에서도 강사로 활동 중이다.


배씨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의 음악적 소질을 키우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희망음자리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도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활약해왔다.


5월24일 대구 수성구 카페 '범어동 문2'에서 열린 '봄과 여름사이' 앙상블콘서트 장면. <배미정씨 제공>

5월24일 대구 수성구 카페 '범어동 문2'에서 열린 '봄과 여름사이' 앙상블콘서트 장면. <배미정씨 제공>

특히 유럽에서 음악 공부를 마친 젊은 예술가들이 귀국 후 공연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현실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2019년 3월, '대봉동 카페 문'에서 유학파 청년 음악가들의 첫 소규모 음악회인 '소담소담 콘서트'를 열게 됐다. 카페 주인이자 삶의 동반자인 남편 박승우 대표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었다. 매달 기다려지는 기부 콘서트로 자리 잡아가던 무렵,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게 됐다. 카페도 경영난에 시달렸지만, 우여곡절 끝에 '범어동 문(MUN 2)'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오랜 관객인 김 모 씨는 "거창한 콘서트홀이 아닌 카페에서 열려서 더 정겹고 황홀한 연주였다. 카페 여주인 '미정쌤'이 곡 해설도 친절하게 곁들여줘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씨는 "삶에 지쳤을 때 위로가 되는 음악을 연주자들과 이웃들이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하다"고 환하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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