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독도장군 장한상'에 출연하는 베트남 배우 미우엔<미우엔 제공>
11일~14일 경북 의성 남대천 구봉공원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실경 뮤지컬 '독도장군 장한상' 무대에 특별한 배우가 오른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민배우이자 인민예술가 칭호를 지닌 '당 튀 미우엔'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극중 장한상 장군의 부인으로 분해, 역사와 사랑이 교차하는 서사를 진중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의성 공연을 앞두고 만난 미우옌 배우는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한국 무대에 서는 각오와 소회를 밝혔다.
베트남 연극·영화계를 대표하는 중견 배우인 미우엔은 "최근에도 영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 6월 한국에서 개봉한 베트남 영화 '탐정-키엔'에 출연했다"며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남우주연상·각본상 등을 휩쓴 '리빙 인 피어(2005년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2018년 한국 영화 '써니'를 리메이크한 '고고 시스터즈'에도 출연해 한국 관객과도 인연을 맺었다. 문화 교류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었던 그는 "이번 무대는 단순한 초청을 넘어, 본격적으로 한국 뮤지컬에 참여하는 경험이라 더욱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4월부터 부산 연극 무대에도 서며 한국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활동 소감을 묻자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한국 예술가들이 엄청난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감동했다. 그 열정은 베트남 배우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고 했다.
장한상 장군에 대해선 "이번 출연을 준비하면서 처음 접한 인물이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장군의 삶을 보며 조국을 뜨겁게 사랑한 사람임을 알게 됐다"며 "베트남에도 조국 수호를 위해 싸운 인물이 많다. 장한상 장군 이야기는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고,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장군의 부인 역을 맡았다. 주어진 비중도 상당하다. 미우엔 배우는 "역사적인 인물의 아내를 연기한다는 점이 감사하고 뜻깊다"며 "언어가 달라 한국 배우들과 소통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연출진이 대본을 베트남어로 번역해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대사가 한국어보다 베트남어가 길어 상대 배우가 당황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장한상 역 배우의 연기 전달력이 워낙 뛰어나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만족스럽다. 그는 "처음 만난 배우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감사했고, 지역 배우들 역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함께 생활하면서 작은 부분까지 공유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뮤지컬 '독도장군 장한상'은 의성 구봉공원의 실경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는 "공연장이 너무 아름답다. 많은 관객이 찾아주길 바란다"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의 연극계가 긴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되길 희망한다. 아울러 베트남 영화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는 다시 한번 한국 무대에 서는 감회를 전했다. "이번 출연은 나에게 큰 도전이지만 동시에 기쁨이다.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며 느낀 따뜻한 교류와 협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앞으로도 예술을 통해 두 나라가 더 가깝게 이어지길 바란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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