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생성형 AI.
전남 나주에 있는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에는 한전KPS, 한전KDN, 전력거래소, 보성파워텍<주> 등 전력 관련 기업 36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의 누적 투자 규모는 1조5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그러니까 11년 전까지만 해도 나주가 내세울 건 특산물 '배'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빛가람 에너지밸리'라는 대한민국 최대 전력산업의 집적지로 거듭난 상태다. 이는 다 2014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한국전력(KEPCO)이 옮겨온 덕분이다. 앞서 언급한 전력 관련 기업들은 한전의 자회사 또는 협력업체들이다. 전력산업 특성상 한전 본사와 가까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어서라고 한다.
한전 본사 이전 후 나주시 전체 인구는 11만7천명(2026년 1월 기준)으로 2014년(9만700명) 대비 29%(2만6천300명)나 증가했다. 대구 군위군(2만2천500명)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한전 직원들의 이주율도 높아지면서 임금 소비→지역 상권 매출 증가→서비스업체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됐다.
한전 본사의 나주 혁신도시 이전은 단순한 기관 이동을 넘어 지역 경제·산업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부동산 가치 상승, 기업 유치 및 투자 확대, 인구·소비 기반 확대 등의 경제지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대표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나주와 함께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를 둔 대구와 경북은 어떨까. 가장 대표적인 게 대구는 한국가스공사(신서 혁신도시)이고, 경북은 한국도로공사(김천 혁신도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것도 없다.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2014년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이후 '기존 협력 업체가 본사를 따라 대구로 이전했다'는 공식 자료나 공개된 업체 리스트는 단 한 곳도 없다. 한국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로공사 이전으로 대구와 김천 인구가 늘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역사회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소리도 금시초문이다.
2014년 정부의 1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전남도는 전담 TF를 구성, 이전 공공기관 리스크를 확보해 어느 기관을 유치하는 게 가장 좋을지 면밀히 분석했다고 한다. 그 당시는 대구시는 TF를 구성하지 않은 채 관련 부서 단위에서 이전 공공기관 유치 업무를 진행했다고 한다.
대구경북(TK), 광주·전남,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부는 이번에 통합하는 광역단체에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권을 줄 방침이다. 그래서 광주시와 전남도는 전담 TF 구성은 물론 공동 전선까지 구축하고 한국마사회, 지역난방공사, 농협 등 이른바 '알짜배기' 기관을 달라며 벌써 정부에 건의했다. 이미 한전 유치로 단맛을 본 호남은 이번에도 아주 치밀하고 철저하게 분석, 준비했을 터이다.
이에 반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아직도 따로 노는 형국이다. 대구시는 IBK기업은행을 최우선 유치 기관으로 꼽고 있다. '모바일 뱅킹' 시대에 기업은행 본사가 대구에 온들 무슨 실익이 있나. 경북도는 농협과 한국마사회 등을 희망하고 있다. 호남과 중복된다. 선전포고를 먼저 한 호남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11년 전 전철을 다시 밟아선 안 된다. 제발 좀 이제는 정신 바짝 차리자.
진식
정치 담당 에디터(부국장)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