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 시민기자
새해를 맞아 독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는 책이 있다. 김난도 교수 연구팀이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다. 2026년을 전망한 이번 책 역시 거창한 미래 담론보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트렌드는 더 이상 대기업이나 수도권 소비문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 우리 동네와 이웃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모든 것이 과잉인 시대,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는가." 이 질문에 저자는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삶과 소비의 기준이 '더 많이'에서 '나에게 맞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빠른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 유행보다 취향, 남의 기준보다 자기 선택을 중시하는 흐름이 2026년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 분석을 넘어, 삶의 태도 변화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책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이야기가 멀지 않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보고 있는 풍경이다." 실제로 동네를 둘러보면 책 속 내용과 겹치는 장면이 적지 않다.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작은 개인 카페를 찾고, 유행하는 상품보다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고르며, 속도보다 '나에게 맞는 리듬'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은퇴 후 작은 농사를 짓거나, 마을 활동과 봉사를 병행하는 삶, 걷기·독서·사진 모임처럼 느슨하지만 지속 가능한 관계 역시 이런 변화의 한 단면이다.
트렌드는 늘 거창한 보고서보다 골목에서 먼저 시작된다. '트렌드 코리아 2026'가 말하는 변화는 이미 지역 곳곳에서 감지된다. 로컬푸드 직매장과 장터에 대한 관심. 동네 문화공간과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 '잘 사는 법'보다 '덜 불안한 삶'을 택하는 중·장년층의 증가. 빠른 소비 대신 천천히 누리는 산책과 여행, 기록의 일상화. 이 모든 것이 책 속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의 가장 큰 미덕은 숫자보다 사람을 본다는 점이다. 경제 지표와 소비 통계 너머에서, 불안한 시대를 건너는 보통 사람들의 선택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마케팅 종사자만을 위한 분석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참고서다.
트렌드를 안다고 해서 삶이 당장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흐름을 이해하면 조급해지지 않을 수는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남들보다 앞서갈 필요는 없다. 다만,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으라"고.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얼마나 잘 알아보고, 자기 삶에 맞게 받아들이느냐다. 트렌드는 예측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오늘, 우리 동네에서부터 시작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