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아시아'라는 이름은 고대 왕국 아시리아에서 왔다.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는 오리엔트 일대를 역사상 처음으로 통일하지만 불과 60여 년 뒤 멸망한다. 잔혹 정치에 반발한 피지배 민족들의 강력한 저항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221년 진이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다. 그러나 겨우 15년 뒤 문을 닫는다. 만리장성을 쌓느라 수많은 인민을 죽인 학정과, 사상통일을 위해 책을 불사르고 선비들을 파묻은 분서갱유(焚書坑儒)의 폭정이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2천 년이나 뒤인 조선 후기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경북 성주가 낳은 거유 이진상은 곽종석(건국훈장 독립장)과 이승희(대통령장)의 스승이고, 이승희는 김창숙(대한민국장)의 스승이다. 경북 유림 중 일부는 독립운동에는 무심했으면서도 곽종석이 편찬한 이진상 문집을 양명학 성향이라며 열성으로 불태웠다.
일제 조선총독부는 현진건 소설집 '조선의 얼굴'을 금서로 지정하고, 장편소설 '흑치상지' 연재를 강제로 중단시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현진건을 독립유공자로 받들고 있고, 학계는 '한국단편소설의 아버지'로 추앙한다.
1902년 2월20일 미국 소설가 존 언스트 스타인벡이 태어났다. 스타인벡은 1936년 착취당하는 과수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다룬 베스트셀러 '의심스러운 싸움'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작가가 이념논쟁을 야기한다고 비난했지만, '의심스러운 싸움'은 그 무렵 미국 사회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사실주의 소설이었다.
3년 뒤인 1939년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를 발표했다. 은행에 농장을 빼앗긴 일가의 곤경을 담은 이 사회소설은 지주, 금융자본, 경찰의 노동자 탄압 실상을 널리 전파했다. 여러 주 정부는 이 소설을 금서로 지정하고 불태웠다.
'분노의 포도'는 스타인벡에게 1940년 퓰리처상을, 1962년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다. 이는 예술과 학문을 탄압하는 불순한 의도의 저급 정치가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그런데도 지구촌에는 저급 정치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스타인벡 소설 '에덴의 동쪽'이 종교적 답변을 내놓는다. "카인은 살아서 자식을 갖게 되었고, 아벨은 이야기 속에만 남아 있죠. 우리들은 카인의 후예입니다." 인류가 카인의 후예이기 때문이라는 암시로 읽힌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고 에덴의 동쪽으로 갔다.
스타인벡 소설 '붉은 망아지'의 소년은 망아지가 병사했음을 잘 알면서도 시체를 먹으러 온 독수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누군가의 불행을 기다리는 독수리가 없는 세상, 망아지도 사람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은 에덴의 서쪽일까.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3/news-p.v1.20260228.8d583eb8dbd84369852758c2514d7b37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