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도시인의 밤

  • 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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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4 06:00  |  발행일 2026-03-04
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잘 지내시죠? 모각작 생각나서 공유드려요~!"


요즘 이런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 최근 SNS에서 유행하는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 때문이다. 미뤄둔 잡무를 지인들과 모여 처리하는 이 밤샘 모임은 누군가 곁에 있으면 집중이 잘 되는 '바디 더블링' 효과에, 술 없이 생산적으로 밤을 보낼 수 있어 젊은 세대에게 인기다.


나는 2년 전부터 '모여서 각자 밤샘 작업'(모각작)을 운영해 왔다. 한국식 어드민 나이트를 일찌감치 연 셈이라, 사람들이 "어, 이거?" 하며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은 그야말로 '아침의 시대'였다. '미라클 모닝'을 위해 '갓생러'들은 꼭두새벽부터 힘겹게 모여 커피 마시고, 책 읽고, 공원을 달리며 하루를 열었다. 6시는 기본이고 4~5시, 심지어 3시에 일어나는 루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런 '슈퍼맨'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있으랴. 그에 대한 반동이자 저항(?)으로 '밤'이 주목될 것이란 내 예견은 어드민 나이트의 등장으로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누가 돈까지 내며 밤을 새울까 싶겠지만, 지난해 SNS에 올린 모집글 하나에 무려 '154만' 뷰가 나온 적도 있고 전국 각지에서 참여 문의가 날아올 정도로 관심이 늘 뜨겁다.


그동안의 모각작을 유심히 지켜본 바, 이곳에 오는 사람은 둘 중 하나다. 막연히 놀러오거나 진짜 다급하거나. 누구는 해 뜰 때까지 대화에만 열중하는가 하면, 노트북만 실컷 두들기다 가는 사람도 있다. 새벽 4시쯤부터는 말소리는 사라지고 타자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피곤에 지쳐 먼저 돌아가는 사람도, 꾸벅꾸벅 졸다 첫 차 타러 나서는 이들도 있다.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나란히 같은 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묘한 연대감이 흐른다.


하지만 이 밤의 풍경이 마냥 낭만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교류든 작업이든 평범한 일상에서는 도저히 충족되지 않기에, 잠을 깎아서라도 기어이 메우려는 '안간 힘'이 이들에게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악착같이 쥐어짜지 않고선 무엇 하나 제대로 얻지 못하는 도시인의 삶. 그리고 그 치열함을 당연한 듯 내면화하며 살아가는 우리. 그런 면에선 이름만 달라졌지 미라클 모닝이나 어드민 나이트나 매한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첫 원고의 마감 전날이 하필 모각작이라는 사실이 묘하게 서글프다. 글이 좀 몽롱해 보여도 이해해 주시라. 나 역시 지금 악착같이 밤을 새워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전형적인 도시인의 밤을 통과하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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