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전설의 이면, 인간 엘비스를 그리다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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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6 06:00  |  발행일 2026-03-06
‘엘비스’ (바즈 루어만 감독, 2022, 호주·미국)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개봉관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인간 엘비스'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록의 황제'가 아닌, 다정다감하고 수줍은 청년, 엄마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특이한 점은 그에게 성공과 몰락을 동시에 안겨줬던 매니저 톰 파커의 시선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파커 대령으로 불린 그는 엘비스에 기생하는 흡혈귀처럼 사악하게 그려지지만, 그가 과연 악당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그의 뛰어난 수완 덕분에 유명해진 것은 사실이니까, 톰 행크스가 배역을 맡은 것도 단순한 악당은 아님을 말해준다.


어린 시절 흑인 교회에서 체험한 열광적인 가스펠 장면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그가 죽던 해인 1977년의 마지막 공연으로 끝난다. 흑백차별이 심하던 1950년대, 엉덩이를 요란하게 흔들며 흑인처럼 노래하는 백인 가수가 등장하자 10대들은 열광했고, 기성세대들은 위협을 느끼며 아이들을 단속했다. 퇴폐의 상징으로 활동이 금지당했을 때, 파커 대령은 그를 입대시켰고, 건실한 청년으로 이미지를 세탁했다. 제대 이후 예전 인기만 못하자, 영화 출연과 영화의 히트곡으로 겨우 인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1968년, 한 TV 채널의 특집 공연에서 눈부시게 부활한다. 인간 엘비스의 매력적인 모습과 열정적인 음악을 담은 NBC 콘서트는 그해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영화는 이 모든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한다. 150분이 넘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엘비스의 노래 덕분이기도 하다.


그 많은 노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컴백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 'If I Can Dream'이다. "꿈을 꿀 힘이 있다면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고 날 수 있어"라는 가사가 들어있다. 저 유명한 마틴 루서 킹의 연설 'I Have a Dream'에서 영향을 받은 곡이다. 그날 그는 진정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렀다. 엘비스는 냉혹한 흑백차별 시대, 인종 간의 화합을 앞당긴 인물이었다. 그리고 또 한 곡은 1977년, 그가 죽기 몇 달 전 공연에서 부른 노래 'Unchained Melody'다. 대중에게 절대 보이고 싶지 않을 만큼 거대하게 살이 찌고, 부은 것 같은 얼굴로 그토록 간절하게, 절규하듯 사랑을 노래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죽기 몇 달 전, 지칠 대로 지친 엘비스에게 아직 꿈꿀 힘이 남아있었던 걸까?


그는 사실 가스펠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세 번이나 받은 가수다. 그가 진정 부르고 싶은 노래는 영혼을 울리는 노래였다. 엘비스의 가스펠은 절절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래는 듣는 이의 영혼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힘든 일, 눈물, 잠 못 이루는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사람들은 모를 거"라며 "엘비스 프레슬리로 사는 데 너무 지쳤다"고 고백한다. 그의 가스펠이 진심으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성공과 인기'라는,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그는 끝내 멈출 수 없었다. 각종 약물과 병, 지독한 변비에 시달리던 엘비스는 결국, 홀로 화장실에서 쓰러져 죽었다. 그의 나이 42세였다. 착하고 재능 있는 청년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생애를 생각하면 못내 마음이 아프다. 전설은 없다. 연약한 인간만 있을 뿐이다. "발 없는 새가 지상에 내려오는 순간은 죽을 때"라는 영화 대사처럼, 이제는 편히 쉬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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