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강화도 여행

  • 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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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9 06:00  |  수정 2026-03-08 21:03  |  발행일 2026-03-09
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강화도로 향하는 길은 늘 마음을 비우게 한다. 강화대교를 지나 바다를 건너는 순간, 일상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시간은 한 템포 느리게 흐른다. 지난 2월 초, 아내와 함께한 이번 여행의 시작은 마니산 등정이었다. 이른 아침, 참성단을 향해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정상에 서니 사방으로 펼쳐진 서해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람은 거칠었으나 맑았고, 그 바람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국토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축복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찾은 강화평화전망대에서는 또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물줄기가 서해와 만나는 강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불과 1.8㎞인 경계에서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북녘땅은 가깝고도 멀었다.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마을을 바라보며, 분단의 현실과 안보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통일을 향한 기도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어 찾은 전등사에서는 고즈넉한 전각과 문화재를 둘러보니 처마 끝을 스치는 햇살과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오래된 시간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수백 년 세월을 견딘 기둥을 바라보며 몽골 침입에 맞서 장기간 저항했던 역사의 현장을 떠오르게 하였다. 이어 석모도 해안도로를 달리며 민머루해변, 어류정항, 석모도칠면초군락지 등을 바라볼 때 바다와 갯벌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강화읍 강화풍물시장에서 맛본 밴댕이 정식은 여행의 별미였다. 새콤달콤한 양념과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웠다. 시장 골목의 활기는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했다. 아내는 전통시장에서 생강절편과 강화속노랑고구마랑 강화순무도 조금씩 샀다. 저녁에는 조개구이와 꽃게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붉게 익은 조개와 국물 속에서 우러난 바다의 맛은 강화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동막해수욕장에서 맞이한 해넘이는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수평선 위로 천천히 가라앉는 해가 바다를 붉게 물들이자 사람들은 말없이 그 장엄한 순간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내와 함께 모래사장에 서서 하루를,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렸다. 해가 완전히 사라진 뒤, 인근 카페에 들려 쌍화차 한 잔을 마셨다. 따뜻한 찻잔을 손에 쥐고 창밖의 여운처럼 남은 노을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데워지는 듯했다.


여행의 마지막은 갑곶돈대였다. 바다를 향해 세워진 포대 위에 서니, 이 땅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강화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삶도 여행과 같아서 오르고, 바라보고, 맛보고, 기억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아닐까? 강화에서의 여행은 그렇게 내 안에 오래도록 남을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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