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 마음은 편지로

  • 김보미 작곡가·예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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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0 06:00  |  발행일 2026-03-10
김보미 작곡가·예술기획자

김보미 작곡가·예술기획자

글을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글을 잘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곡을 쓰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다. 어렵다고 좋은 글이 아니고, 길고 화려하다고 좋은 곡이 되는 것도 아니다.


투박하지만 다정한 울림은 언제 듣든, 언제 읽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예술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고 한다. 곡이든 글이든 스스로는 잘 모를지라도 결국 그 사람의 냄새가 묻어난다.


어떤 곡이 좋은 곡인지 고민하던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진심이 담긴 곡은 티가 난다."


처음 작곡을 배울 때 선생님이 해 주셨던 말이다.


나에게는 아버지의 편지가 그렇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사랑한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가족들에게 길고 짧은 글을 자주 남겨 주셨다. 어떤 편지는 짧았고, 어떤 편지는 길었다. 특별히 화려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 편지들을 모아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는 것이 나의 작은 꿈 가운데 하나다.


요즘 '딸깍'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버튼을 한 번 누르기만 하면 쉽게 만들고 쓰고 그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들었다. 그처럼 많은 것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한 글자 한 글자 고른 말과 마음을 눌러 담아 쓴 편지에서 오는 감정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년에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를 준비한 적이 있다. 그 작업을 하면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 사이의 감정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한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편지를 모아 그것을 그림과 노래로 만들어 보는 작업이다. 대구 곳곳에서 각자의 감정과 기억이 담긴 편지를 모으고, 미술 작가와 문학 작가, 작곡가가 함께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


누군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순간은 몰래 짙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흥미롭고 아름답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이 마음은 편지로 하고 싶어서'라고 정했다. 많은 표현 방식 가운데, 편지로 전하고 싶은 마음을 모아 보았다는 뜻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오래 품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천천히 꺼내어 한 장의 편지로 써 내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따뜻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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