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8년째 동네 손주들에 세뱃돈…경비원 배진호씨의 이웃 사랑

  • 이원욱 시민기자 jud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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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0 21:55  |  수정 2026-03-11 11:00  |  발행일 2026-03-10
대구 달서구 월배 힐스테이트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8년 차 경비원 배진호(71)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비 초소에서 환하게 웃었다. 이원욱 시민기자

대구 달서구 월배 힐스테이트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8년 차 경비원 배진호(71)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비 초소에서 환하게 웃었다. 이원욱 시민기자

"세뱃돈은 8년째 천 원입니다."


지난 설 명절, 대구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세희(5) 양은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세뱃돈을 받았다. 아파트 정문을 나와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던 한 양에게 천 원의 세뱃돈을 건넨 사람은 바로 아파트 경비원 배진호(71)씨다.


배씨는 월배 힐스테이트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지 올해로 8년째다. 그는 경비 일을 시작한 때부터 매년 설이 되면 천 원짜리 신권을 준비해 '동네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나눠 주고 있다. 올해도 설을 맞아 천 원짜리 지폐 50장을 준비했는데,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나눠 주기 시작해 오후 5시쯤에는 모두 동이 났다. 그는 "큰돈은 아니지만 입주민들과 설 인사를 나누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아이고, 우리 손주 등원하니? 오늘도 잘 다녀오세요" 배씨가 정문 초소의 작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며 아이들에게 건네는 아침 인사다.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요즘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서로 인사를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배진호 경비원님 덕분에 아파트 분위기가 훨씬 따뜻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 경비원은 밤새 근무해 피곤할 때도 있지만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악수하는 아이들을 보면 꼭 내 손주를 보는 것 같아 인사를 하게 된다고 한다. 관심 어린 인사 덕분에 각 가정의 형제 관계까지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


배씨는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가 고장 나면 직접 고쳐 주기도 하고 필요한 소모품이나 부품도 직접 구입해 수리해 주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이 아파트에서 태어나 8년 동안 자라는 아이들도 있는데, 자전거 안장 높이를 올려 줄 때 아이가 어느새 훌쩍 자랐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며 흐뭇해했다.


이웃을 위한 배씨의 따뜻한 나눔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이어진다. 복날이 되면 아파트 경로당에 수박을 가져다드리며 어르신들의 더위를 식혀 드린다. 또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항상 건빵을 준비해 두기도 한다. 그는 "공부 잘하고 키도 크게 하는 건빵이라고 하며 주는데, 아이들이 '키 크는 약 주세요'라며 찾아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 경비원은 "아파트 환경을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작은 나눔과 따뜻한 관심으로 실천하는 이웃 사랑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 사회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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