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많은데 사람은 안 남는다…경주 외동 산단의 현실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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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6 21:10  |  발행일 2026-03-16
379개 기업·5천487명 일하는 경주 제조업 핵심축
도로율 4.0%, 문화복지시설 미이용 56.4%…‘일터’ 강하지만 ‘생활권’은 약해
경주시, 828억원 문화선도산단 공모 도전…이달 말 결과 발표
<인포그래픽(장성재)=생성형 AI>

<인포그래픽(장성재)=생성형 AI>

외동 산단은 경주 제조업의 심장부다. 하지만 공장 바깥 삶은 그만큼 자라지 못했다. 일자리는 몰렸지만 정주는 약했고 생산은 돌아갔지만 생활은 붙지 못했다. 경주시가 20년 이상된 노후산단을 문화선도산단으로 바꾸겠다며 820여 억원 공모에 나선 이유도 결국 이 간극에 있다.


사업 대상지인 외동 7개 산단(외동2, 석계2, 문산2, 모화1)의 면적은 253만8천㎡, 입주기업 379개사, 종사자는 5천487명 규모다. 자동차 부품과 기계, 금속가공 등 경주 제조업의 핵심 줄기가 외동에 몰려 있다.


하지만 청년 문화·생활 인프라 부족, 노후·분산형 산단 구조는 취약점으로 꼽힌다. 외동이 포함된 남부생활권 도로율도 4.0%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단지 기능은 유지돼 왔지만 공장 밖 삶을 받쳐 줄 도시 기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근로자 조사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경주시가 외동 산단 근로자 8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문화복지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4%였다. 무엇을 먼저 고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기반시설 37.5%, 보행환경 32.9%, 스포츠공간 30.6%, 생활서비스 24.3%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희망시설도 문화시설 32.3%, 편의시설 24.9%, 정주시설 15.0% 순이었다.


경주 외동 모화산업단지 내부 도로 모습. 공장과 물류 차량이 뒤섞여 다니는 좁은 도로 양옆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산업 기능은 유지되고 있지만 근로자 생활 인프라와 교통 환경은 여전히 취약한 모습이다.<장성재 기자>

경주 외동 모화산업단지 내부 도로 모습. 공장과 물류 차량이 뒤섞여 다니는 좁은 도로 양옆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산업 기능은 유지되고 있지만 근로자 생활 인프라와 교통 환경은 여전히 취약한 모습이다.<장성재 기자>

외동 산단의 핵심 연령층인 30~40대 근로자 3천781명 가운데 외국인이 2천646명, 내국인이 1천135명이다. 이미 다문화 노동 구조로 바뀌었지만 이를 받쳐 줄 생활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기업인들은 물류 상황을 가장 문제로 꼽았다. 이종관 외동공단연합회 사무국장은 "울산시계~외동교차로 도로 확장과 농공단지 간 도로가 빨리 뚫리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물류 차량이 하루 네 번 정도 돌았는데 지금은 두 번, 두 번 반 정도밖에 안 돼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외동 산단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7번 국도변 외에는 산단 내 식당이나 상업시설이 많지 않고 퇴근 뒤 머물 생활권이 약하다"는 말이 반복된다. 인근에서 공구점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도 "외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울산 호계 쪽이나 경주 불국사 권역 쪽에서 많이 출퇴근하고 있다"면서 "여기는 공장은 많지만 인근에서 밥을 먹고 쉬고 머무는 생활 인프라는 약하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기준 외동읍 인구는 2만1천431명으로 전달보다 40명 줄었다. 세대 수는 1만1천831세대로 2세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동이 일터로는 강하지만 생활권으로는 약하다는 평가가 여기서도 확인된다.


경주시는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문화선도산단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1990년대 조성된 외동산단은 외형적 성장에 비해 공원, 체육시설, 문화공간 등 근로자 복지 인프라가 부족했다"며 "노후산단에 문화적 요소를 더해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비 200억 원을 추가 투자한 총사업비 828억6천만원 규모의 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화선도산단 공모는 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가 공동 추진하는 사업이다. 최종 선정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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