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전쟁 계기로 대한민국이 처한 근본적 문제를 돌아봐야

  • 논설실
  • |
  • 입력 2026-04-03 07:38  |  발행일 2026-04-03

미국,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그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졌지만 대한민국도 직접 영향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한국시간) 이번 전쟁과 관련,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향후 2~3주 내 이란에 강한 타격을 이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對)국민 연설이지만,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해 전쟁의 복심(腹心)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쟁은 국가 위기 상황을 가정해 우리가 어떤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 안보와 경제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이다. 혈맹으로 불리는 미국과의 관계부터 살펴봐야 한다. 동맹은 한쪽이 전쟁을 수행한다면 마냥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중동 전쟁은 우리의 선택권이 지극히 좁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전쟁이 말미에 접어들면 미국은 어떤 형식이든 한국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의 지혜로운 외교적 선택이 요구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정책의 근본 틀을 다시 짜는 계기가 돼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하나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마비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트럼프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운항을 알아서 확보하라고 했다. 한국의 에너지원(源)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는 60% 수준이고, 이 가운데 70% 안팎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가 동력의 목줄을 이란 앞 바다 호르무즈가 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에너지 수급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권교체기마다 논란이 된 원전 정책을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탈(脫)원전의 목소리가 수그러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석유화학 제품을 비롯한 공급망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대구만 해도 나프타 수급 부족에 휘청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플라스틱 공장의 원자재 가격은 전쟁통에 70%가량 폭등했다. 휘발유 소비자 가격 급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승용차 2부제까지 소환되는 상황이다. 극단적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모두 멈출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경제의 계엄령으로 불리는 '긴급재정명령'을 언급한 배경이다.


전쟁은 고통을 주지만 역사적으로 인류 발전의 새 방향을 제시한다. 위기가 닥칠 때 자립 자강의 생존 본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한국은 방위산업, 반도체, 조선 등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에너지를 비롯한 취약 분야를 혁신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전쟁의 후유증을 잘 극복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