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페트로 달러’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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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3 07:36  |  발행일 2026-04-03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주(州)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UN 통화금융회의에 참석한 44개국 연합국 대표들이 브레튼우즈 협정을 체결했다. 전후(戰後) 국제통화질서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달러 패권' 시대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하는 금환본위제 실시,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설립이 협정의 골자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와 미국 재무차관 화이트가 브레튼우즈 체제의 설계자로 알려진다.


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달러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며 브레튼우즈 체제는 붕괴됐지만, 기축통화 달러의 위상은 더 공고해졌다. 그 배경이 '페트로 달러'다. 석유(petroleum)와 달러의 합성어 '페트로 달러'는 1974년 미국과 세계 3위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밀약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해주는 대가로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도록 합의했고, 이후 다른 중동국가에도 달러 결제가 확산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2024~2025년 세계 원유 거래의 80%가 달러로 결제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있는 이란이 '페트로 달러'의 균열을 노린다. 이란은 비적대적 국가의 위안화 결제 유조선에만 호르무즈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도 위안화나 스테이블 코인으로만 받겠다고 밝혔다. 반세기 넘게 강고했던 '페트로 달러' 체제를 약화하겠단 포석이다. 현실적으로 위안화 결제가 어려운 한국은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난 꼴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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