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혼란의 역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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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6 07:14  |  발행일 2026-04-06

어쩌면 대구 정치권에 호재일 수 있겠다. 난장판이라 비난받던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얘기다. 거듭된 잡음은 시민들의 분노를 솟구치게 했지만, 동시에 대구 정치권의 민낯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다. 중앙당의 오만, 권력을 향한 비루한 몸부림이 시민 정서를 일깨웠다. '다 그렇지, 뭐'라며 체념했던 예전의 분위기와 다르다. '제대로 된 대구시장을 한번 뽑아보자'며 단단히 벼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은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짙었던 혼란의 안개가 걷히고 있다. 법원이 주호영 의원의 공천 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당 공관위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6명의 후보자가 예정된 경선을 진행한다. 공천 파동이라는 '예방주사'를 맞은 시민들의 눈도 후보들을 향하고 있다. 대구 정치의 변곡점이다.


고인 물처럼 평온했던 대구시장 선거판이 거친 파도를 만난 듯 출렁이고 있다. 예선과 본선 모두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치열함은 분명 호재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지배했던 역대 대구시장 선거 공기와 다르다. 그동안 시민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철저히 소외됐고, 사실 소외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비아냥에도 시민은 관성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막대기를 꽂은 건 중앙당이지만, 그 막대기에 권력을 불어넣은 건 대구시민이다. 시민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중앙당과 대구 정치인들을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괴물'로 만들었다. 대구는 '익숙한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이 여론조사 지지율을 앞세워 반발하는 것도 유명세에 반응하는 시민 심리가 부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흔히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 자극적인 뉴스나 감성적인 프레임에 따라 요동치는 게 민심이다. 광기로 흐르기도 하고, 조작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지도의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민심이 늘 옳다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나 독재도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국민의힘 공천 혼란을 통해 정치인들의 '선민의식'도 보게 됐다. 혼란의 역설적 기회다. 6선인 주 의원의 정치적 책임은 가볍지 않다. 국회 부의장까지 오른 인물이 당 내부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로 끌고 간 것은 정치적 무능을 자인한 꼴이다. 여론조사 수치를 민심의 척도로 내세운 것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냄새가 난다. 그동안 본인의 지역구 지방의원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1위에게 공천을 줬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이 전 위원장의 '시민 경선' 주장도 인지도라는 허울 좋은 지지율 뒤에 숨은 권력욕 아닌가.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만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하면서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선거판이 됐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과거와 달리 안심할 수 없는 본선 무대가 마련됐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예선전부터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시민은 대구의 미래를 책임질 '진짜 인물'을 가려낼 준비가 돼 있다. 대구 정치의 자존심을 세울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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