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용전천 굽이 한눈에…‘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청송 망미정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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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8 10:25  |  발행일 2026-08-08
1899년 청송군수 장승원이 건립, 자연 암반 위 정면 3칸 팔작지붕
현비암·방광산 어우러진 조망 빼어나... 신관조·허훈이 남긴 시문도 전해져
청송읍 월막리 용전천의 자연 암반 위에 자리한 망미정. 1899년 당시 청송군수 장승원이 세운 정자로, 용전천과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빼어난 조망을 갖췄다. <정운홍 기자>

청송읍 월막리 용전천의 자연 암반 위에 자리한 망미정. 1899년 당시 청송군수 장승원이 세운 정자로, 용전천과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빼어난 조망을 갖췄다. <정운홍 기자>

경북 청송군 청송읍 월막마을 남쪽 끝을 휘감아 흐르는 용전천. 청송교를 지나 강변으로 접어들면 깎아지른 암반 위에 날렵한 팔작지붕을 올린 정자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15호인 망미정(望美亭)이다.


정자 이름에는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뜻이 담겼다. 망미정에 오르면 발아래로 용전천이 흐르고, 강 건너로는 현비암과 방광산 일대가 펼쳐진다. 정자가 자리 잡은 절벽은 용전암으로 불린다. 별도로 높은 기단을 쌓지 않고 자연 암반을 그대로 활용해 건물을 세운 점이 눈에 띈다.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삼아 세운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15호 망미정.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집이다. <정운홍 기자>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삼아 세운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15호 망미정.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집이다. <정운홍 기자>

망미정은 대한제국기인 1899년 당시 청송군수였던 장승원(1853~1917)이 건립했다. 이 일대는 정자가 들어서기 전부터 작은 소나무가 우거져 주민과 지역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승지였다고 전해진다. 장승원은 용전천과 현비암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암반 위에 정자를 세우고 '망미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홑처마 팔작지붕집이다. 오른쪽 한 칸은 탁 트인 대청으로 두고 왼쪽 두 칸은 온돌방으로 꾸몄다. 일반적인 정자가 대청을 가운데 두는 것과 달리 한쪽에 대청을 배치한 비대칭 구조가 특징이다.


앞쪽에는 한 칸 규모의 툇마루를 내고 평난간을 둘렀다. 자연석 주춧돌 위에 네모난 기둥을 세웠으며 지붕을 받치는 내부 골격은 오량가 구조다. 천장도 서까래와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연등천장으로 마감해 소박하면서도 시원한 공간감을 살렸다. 화려한 장식보다 주변 경관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구성된 정자다.


망미정은 오른쪽 한 칸을 대청으로, 왼쪽 두 칸을 온돌방으로 꾸몄다. 건물 앞쪽에는 툇마루를 내고 평난간을 둘렀다. <정운홍 기자>

망미정은 오른쪽 한 칸을 대청으로, 왼쪽 두 칸을 온돌방으로 꾸몄다. 건물 앞쪽에는 툇마루를 내고 평난간을 둘렀다. <정운홍 기자>

망미정 아래 용전천에는 용이 승천하며 지나간 흔적이 바위에 남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절벽 아래 깊은 소와 바위에 얽힌 전설은 망미정의 풍경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정자를 찾은 옛 문인들의 흔적도 남아 있다. 열릉 신관조와 방산 허훈이 이곳의 경치를 읊은 시를 남겼다. 성호 이익의 학맥을 이은 학자 허훈은 장승원이 청송군수로 있으면서 새로 망미정을 세우고 화답을 청하자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망미정이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지역 문인들이 교유하고 시문을 나누던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망미정은 2010년 12월1일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청송군은 앞서 주변을 공원으로 정비했고, 현재는 용전천 산책길과 월막근린공원, 인근 우송당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망미정이 세워진 지 120여 년이 흘렀다. 주변 모습은 달라졌지만 정자가 바라보는 용전천과 현비암의 물길은 여전히 이어진다. 망미정은 건물 자체보다 어디에 서서 무엇을 바라보도록 했는지가 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이름처럼, 청송의 산과 물을 한 폭의 풍경으로 담아온 정자는 지금도 용전천 절벽 위에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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