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체육회 전경. 영남일보DB
계좌 압류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주시체육회의 자금난이 장기화하면서 '기부금 모금'까지 정상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체육회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금과 이자·소송비용 등이 4억5천만원대에 이르는 데다 벚꽃마라톤 참여업체 미지급 대금까지 더하면 당장 해결해야 할 자금 규모는 6억5천만원에 달한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열린 경주벚꽃마라톤 참여업체 등에 지급하기 위해 계좌에 보관 중이던 사업비 등을 포함해 2억6천만원가량이 압류 과정에서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마라톤 참여업체 10여 곳에 지급해야 할 대금 약 2억원도 아직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자금난의 배경에는 고(故) 최숙현 선수 유족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있다. 법원은 경주시체육회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반면 경주시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에 따른 배상금에 이자와 소송비용 등이 더해지면서 체육회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4억5천만원가량으로 늘었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감독과 팀 관계자 등의 폭행·폭언과 가혹행위 피해를 호소하다 2020년 6월 숨졌다. 체육회의 자금난과 별개로 법원이 인정한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이 정상화 논의 과정에서 흐려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주시는 현행 법령상 체육회의 민사상 채무를 시 예산으로 직접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신 기부금 모집과 이사회 회비 등 자체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준호 경주시 체육진흥과장은 "시에서도 변호사 등을 통해 계속 방법을 찾고 있지만 법률적으로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며 "체육회가 기부금을 모으거나 이사회 자체재원을 활용하는 등 여러 방법을 함께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체육회가 기부금을 정상화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관련 심의를 거쳐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체육계가 먼저 자구 노력을 보일 경우 지역 기업이나 독지가 등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음 달 열리는 경북도민생활체육대축전 참가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경주시는 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각 종목단체에 참가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종목단체들은 시에서 직접 지원을 받을 경우 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도민생활체육대축전에 참가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민체육대회 역시 개최 필요성에는 경주시와 체육회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사업비 집행 방법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경주시체육회는 최숙현 선수 사건 당시가 민선 체육회장 체제 출범 전이고 자체 수익원이 없어 배상금을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12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경주시에 벚꽃마라톤 참여업체들의 미지급금이라도 해결할 방안을 찾아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여 회장은 "체육회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이 없다"며 "계좌 압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각종 체육대회 사업비를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지 경주시도 방향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분 노출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지역 인권단체의 김대진(가명·45·동천동)씨는 "법원의 판단으로 배상 주체가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이제 어느 기관의 책임인지를 되풀이해 따지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며 "최숙현 선수의 죽음 뒤에는 체육계의 강한 위계와 인권을 가볍게 여겼던 문화가 있었다는 점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사실까지 흐릿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성재
동부지역본부 소속입니다. 경주의 현장을 기록하고 지역의 변화를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