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구시장(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에 뜻을 모으고 있다. 경북도 제공
대구시와 경북도가 2028년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행정통합에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통합특별법을 통과시켜 2028년 총선과 함께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남이 대한민국 1호 통합 메가시티로 직행하는 동안 멈춰 섰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지 속도를 내고 시점을 맞추는 것만이 답일까. 12년간의 논쟁 끝에 '물리적 합병' 대신 '다중심 협력 네트워크'를 선택한 대만의 사례는 대구·경북이 어디서부터 단추를 다시 꿰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판을 어떻게 다시 짜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만 정부는 2009년 권역별 협력 플랫폼 정책을 제시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3개 권역 6개 직할시 체제다. 이 체제에 대만 정부는 '폴리센트릭(Polycentric·다중심)'이라는 개념을 차용했다.
영남일보는 지난 7월 20~25일 대만 전역을 돌며 지역활성화의 주역과 지자체 관계자를 만났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생과 협력에서 길을 찾았다고 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발굴 발전시키고, 특정 지역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은 주변 도시와 함께했다. 대만 중부의 타이중직할시는 인근 현(縣·광역지자체)과 통합이 아닌 연대 형식의 협력 플랫폼을 구성했다. 2004년 4개 지자체의 산업연맹으로 시작해 2015년부터 7개 지자체, 2023년부터는 8개 지자체의 협력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대구와 경북이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여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방식이다. 대만은 단일 거대도시를 만드는 대신, 여러 중심이 각자의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통의 의제 위에서 연대하는 운영체제를 택했다. 통합은 협력의 결과여야 하지 전제가 아니라는 교훈을 대만은 보여주고 있다. 청사 위치나 인사·예산 결정권보다는 현재 대구·경북 구석구석에 어떤 '자생'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타이중 천추정(陳秋政) 대만 동해대 교수는 "지방의 개별적인 성공 사례를 점, 네트워크 같은 정책적 통로를 선, 성과와 통로를 모으고 권역 단위의 발전망과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것을 면"이라고 빗대며 "점들을 연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극이 아닌 다중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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