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금호강변 등 도심 수변공간에
접근성 뛰어난 파크골프장 72홀 운영
초청가수 중심 무대 탈피한 카페축제
동네카페·농가직거래 연결 경제효과
갓바위소원축제도 도심광장서 열려
새로운 시설보다는 기존 인프라 이용
여가와 지역경제 잇는 직주락 도시로
경산을 가로지르는 남천은 내실을 다진 생태하천이다. 맨발산책로와 파크골프장에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는다. 러닝의 성지로도 각광받는 남천에는 이웃도시인 대구에서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을 나서면 강이다. 둔치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그 위로는 파크골프 공이 굴러간다. 산책로에는 걷는 사람이, 자전거길에는 페달을 밟는 사람이 지나간다. 경산이 준비한 즐거움은 이렇게 멀리 있지 않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과 그 옆의 잔디밭, 그리고 팔공산 갓바위다.
어느 것도 많은 돈을 들여 새로 만든 명소가 아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을 시민이 쓸 수 있게 바꿨다. 경산은 길이라는 공간과 지속성이라는 시간을 여가에 활용했다. 문화와 예술, 생활체육을 수변공간에 담았다. 또 몇 시간 사람을 모아놨다 흩어지도록 두는 게 아니라 판로와 관광으로 묶어뒀다.
경산은 사람이 오는 방식을 생각했다.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익숙하다는 말이다. 또 일상이라는 뜻이다. 이런 일상이 문 앞에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즐거운 일이다. 경산이 직주락(職住樂)의 '락'을 채우는 방식이다.
경산은 2007년부터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기 시작해 다섯 번째 구장인 남산면 남곡리 일원에 에코토피아 파크골프장을 준비 중이다. 경산 남천에 있는 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2007년 남천강변(대평동)에 문을 연 경산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이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
◆도심 옆 강변, 걸어서 닿는 72홀
경산의 파크골프장은 모두 물가에 있다. 시작은 2007년 남천강변(대평동)에 문을 연 경산파크골프장이었다. 2020년에는 금호강변에 하양파크골프장이 들어섰다. 두 곳 모두 18홀이다.
10월 하양읍 대조리운동장 자리에 27홀 규모의 하양물빛파크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경산에서 가장 넓은 구장이다. 한 달 뒤엔 옥곡동 남천강변에 9홀짜리 남천옥빛파크골프장이 뒤를 이었다. 반년도 안 돼 36홀이 늘었다. 지금 경산에서 운영 중인 파크골프장은 모두 4곳, 72홀이다.
경산의 파크골프장은 무엇보다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강변 구장은 아침 산책길에 들렀다 돌아올 거리에 있다. 같은 둔치에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함께 놓여 있다. 운동하러 온 사람과 걷는 사람, 쉬러 나온 사람이 한 공간을 나눠 쓴다. 수변공간이 특정 종목의 전용 시설로 닫히지 않고 도시의 공용 마당이 된 셈이다.
파크골프는 최근 몇 년 새 동호인이 가파르게 늘었다. 장비 부담이 적고 체력 소모가 크지 않아 노년층도 쉽게 시작한다. 문제는 칠 사람은 늘었는데 칠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이웃 지자체로 원정을 떠나는 일이 흔하다. 경산이 구장을 잇따라 늘리는 이유다.
다섯 번째 구장도 준비 중이다. 남산면 남곡리 일원에 들어설 18홀 규모의 에코토피아 파크골프장이다. 이곳이 문을 열면 경산의 파크골프장은 5곳, 90홀이 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위치다. 기존 구장은 대평동과 옥곡동, 하양읍에 몰려 있다. 하양은 도시의 북쪽 끝, 남산면은 남쪽이다. 남부권 주민도 북쪽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구장을 쓸 수 있게 된다. 경산시가 이 사업의 기대효과로 생활체육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나란히 적은 배경이다.
경산시는 남천에 파크골프장 등을 비롯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조성해 접근성을 높였다. 시민들이 경산 남천 산책로를 걷고 있다.
지난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경산 남천은 커피향이 가득했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2회 카페축제를 찾은 이들은 2만4천명으로, 셋 중 한 명은 경산 밖에서 온 이들이었다. <경산시 제공>
◆가수 없는 축제에 2만4천명
지난 6월27일, 남천 강변에 부스가 들어섰다. 초대 가수도, 요란한 개막식도 없었다. 카페들이 스페셜티 커피와 경산 특산물 신비복숭아를 내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부스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7월1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제2회 경산 카페축제에는 2만4천여 명이 찾았다.
지역 축제의 오랜 공식은 유명 가수 섭외였다. 예산 상당 부분이 한두 시간짜리 무대에 들어갔다. 공연이 끝나면 사람도 함께 빠져나갔다. 경산 카페축제는 이 공식을 쓰지 않았다. 대신 도시가 이미 가진 것을 꺼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촘촘히 자리 잡은 카페와 여름 한철 나오는 특산 과일이다.
눈에 띄는 건 방문객 구성이다. 셋 중 한 명이 경산 밖에서 왔다. 만족도보다 재방문 의사가 더 높게 나왔다. 한 번 와 본 사람이 다시 오겠다고 답한 축제라는 뜻이다. 생산유발과 부가가치유발 효과를 합친 경제효과는 13억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투입 예산의 열 배가 넘는다.
나머지 기간에는 관내 카페 20곳이 축제장이 됐다. 시립합창단과 시립교향악단이 카페를 돌며 작은 공연을 열었다. 넓은 광장에 무대 하나를 세우는 대신 도시 곳곳의 카페를 무대로 쓴 것이다. 방문객의 발길은 축제장에서 멈추지 않고 원래 있던 상권으로 흘러들었다.
연결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건 농가 쪽이다. 축제장 신비복숭아 직판장은 문을 연 지 두 시간 만에 준비 물량이 동났다. 참여한 7개 농가 모두 가져온 물량을 다 팔았다. 농가당 평균 수익은 200만원을 넘었다. 산지와 소비자 사이에 아무도 끼지 않은 직거래였다.
판매는 축제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산 신비복숭아는 축제를 계기로 배달앱을 타고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온라인 주문의 4분의 3이 수도권에서 들어왔다. 맛과 신선도를 칭찬하는 리뷰가 대부분이었다. 축제장에서 맛본 외지 관광객이 집에 돌아가서도 주문하는 구조다. 닷새짜리 축제가 상시 판매 채널로 갈아탄 셈이다. 지자체 축제가 늘 목표로 삼지만 좀처럼 만들지 못하는 연결이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부스 한 곳의 평균 매출은 480만원가량이었다. 가장 많이 판 부스는 1천500만원을 올렸다. 작은 매장 한 달 매출에 맞먹는다. 하지만 업주들이 더 크게 보는 건 따로 있다. 평소 손님이 드물던 동네 카페가 시내 전역과 외지 관광객에게 이름을 알렸다는 점이다.
지난 9월19~20일 경산생활체육공원에서는 경산갓바위소원성취축제가 열렸다. 팔공산이 아닌 도심 광장에서 행사를 열어 접근성을 높였다. <경산시 제공>
◆25년 만에 산에서 내려온 갓바위
가을 축제는 거꾸로 움직였다. 산을 떠나 도심으로 내려왔다. 9월19~20일 경산생활체육공원 온마루광장(옛 어귀마당)에서 열린 제25회 경산갓바위소원성취축제다.
갓바위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믿음으로 오래전부터 기도객이 찾던 곳이다. 축제도 지난 24년 동안 와촌면 갓바위 공영주차장 일원에서 열렸다. 자리의 상징성은 분명했다. 한계도 있었다. 기도객 대부분은 새벽에 올랐다가 곧 내려갔다. 시민에게는 날을 잡고 차를 몰아와야 참가할 수 있는 축제였다.
올해 경산문화관광재단은 '천년 소원 성지, 경산 갓바위 르네상스'를 주제로 처음 행사장을 도심 광장으로 옮겼다. 재단은 이를 '갓바위를 찾아가는 축제'에서 '갓바위의 소원문화를 시민의 일상 가까이 가져오는 축제'로 넓힌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체성은 그대로 두고 문턱만 낮췄다는 얘기다. 강변 파크골프장과 카페축제가 그랬듯, 여기서도 답은 '걸어서 닿는 거리'였다.
◆있던 것을 활용하는 관광
11월7~8일에는 다시 남천강변에서 경산반려문화축제가 열린다. 반려전문가 특강과 반려동물 놀이터, 가을운동회 등이 마련된다. 반려 인구는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공공 공간은 아직 드물다. 도심에 붙은 넓은 둔치는 그 조건을 갖춘 몇 안 되는 장소다. 세 축제 모두 경산문화관광재단이 주최·주관한다.
여름엔 카페와 신비복숭아, 가을엔 갓바위의 소원, 초겨울엔 반려동물. 어느 것도 새로 만든 소재가 아니다. 경산에 이미 있던 카페와 과수원, 갓바위와 강변을 계절마다 꺼내 쓴다. 무대도 하나같이 도심 가까이 모였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임당유니콘파크와 2028년 문을 열 현대프리미엄아웃렛, 팔공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삼성현 역사공원까지 이어지면 하루 왔다 가는 관광이 하룻밤 묵고 가는 관광으로 바뀔 수 있다.
일자리가 생기고, 아이 키울 여건이 갖춰지고, 저녁과 주말을 보낼 곳이 생긴다. 경산이 말하는 직주락은 이 세 가지가 한 도시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상태다. '거쳐 가는 도시'라는 오래된 수식어는 큰 시설 하나로 지워지지 않는다. 마지막 조각은 문 앞 가까이에 있다. 걸어서 닿는 강변 잔디밭, 그리고 산에서 내려와 광장에 걸린 소원등 하나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박준상
대구와 갱상북도의 이바구
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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