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김영웅이 지난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 기자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만 10안타 3홈런을 기록하며 '가을 영웅'으로 떠올랐던 삼성 김영웅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올 시즌 김영웅의 행보는 가시밭길이었다. 부상과 부진으로 1·2군을 수시로 오갔다. 출전 경기 수는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0경기(4일 오전 기준)에 불과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자 그의 존재감이 다시금 드러나는 모양새다.
김영웅은 지난 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과의 경기에서 팀이 5-4 한 점 차 리드를 지키던 6회말, 중견수 뒤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시즌 5호)을 쏘아 올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9월 6일 LG전 홈런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맛본 짜릿한 손맛이었다. 앞서 3회말에도 값진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추가하는 등 경기 내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다가올 '가을야구'를 향한 예열을 본격화했다.
지난 2년 동안 40여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2할5푼대를 넘나드는 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김영웅에게 올 시즌은 초라하기만 하다.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이탈한 '캡틴' 구자욱의 공백이 뼈아픈 삼성으로서는 김영웅의 회복세가 타선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지난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 6회말 김영웅이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경기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영웅은 "오늘 3타수 1안타로 그리 훌륭한 기록은 아니지만 팀에 보탬이 돼 기쁘다"며 "경기 전 타격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데 집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변의 조언도 경기력 회복에 도움이 됐다. 김영웅은 "무라카미 타격 코치님께서 '일단 직구를 공략할 줄 알아야 변화구도 칠 수 있다'며 늘 좋은 가르침을 주신다"며 코칭스태프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김영웅은 "2군에 머물 때 홈런 스윙만 의식하다 헛스윙이 늘어났고 '나는 홈런 타자인가, 컨택형 타자인가'를 두고 깊은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김영웅의 고민을 풀어준 선배는 베테랑 투수 백정현이다. 김영웅은 "정현이 형이 '컨택 스윙이든 홈런 스윙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배트 중심에 맞으면 공은 날아간다'며 생각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영웅은 "선배의 조언을 듣고 내가 너무 고민에만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며 "특히 올해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생각'이란 게 참 무섭다는 것을 실감했다. 타석에 서기 전 삼진을 걱정하면 몸이 먼저 굳어버렸고,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 6회말 홈런을 기록한 김영웅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면서 "지난 시즌 20홈런을 쳤던 과거의 영광에만 매몰됐던 것이 오히려 가을야구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머릿속을 비우고 야구 자체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선두 KT와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지만 김영웅의 목표는 오직 승리뿐이다. 김영웅은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 삼성이 포스트시즌 어느 위치에서 출발하든 결국 이기면 된다. 남은 시즌 다치지 않고 열심히 해서 팀이 한 경기라도 더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말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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