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현(대전 대덕구) 의원실, 이미지=ChatGPT
억척스럽게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나섰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작 기부금을 투입할 사업 발굴과 집행에는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을 살리겠다며 모은 돈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기금만 쌓아 두는 모양새다. '모금과 집행의 불균형 해소'가 고향사랑기부제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현(대전 대덕구) 의원실이 4일 전국 지자체 243곳의 '고향사랑기부금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제도 시행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전국에서 모인 기부금은 3천457억4천만원이다. 문제는 이 중 지정기부를 포함해 지역 사업에 실제 쓰였거나 배정된 돈이 873억원(25.2%)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 잔액은 2천410억원으로 모금액의 69.7%에 달했다.
특히 대구의 잔액 비중은 전국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와 9개 구·군의 총모금액은 31억9천500만원이지만, 쓸 곳을 찾지 못해 쌓아 두고 있는 금액은 28억6천만원이다. 모금액 대비 잔액 비율(89.5%)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돈도 많지 않다. 대구의 비지정기부 사업비는 2억6천800만원이었다. 지정기부 모금액 1억원을 더해도 사업 관련 금액은 3억6천8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동·서·중·달서구는 2023년 이후 지정기부를 포함한 사업비 집행 실적이 아예 없었다. 수성구도 사업비 사용 없이 경상비(제도 운영에 드는 비용)로만 2천600만원을 집행했다.
이처럼 고향사랑기부금이 집행 없이 쌓이기만 하는 배경에는 모금에 비해 더딘 실행사업 발굴과 집행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초단체 총무과 담당 간부는 "고향사랑기부금은 모금 후 곧바로 일반예산처럼 사용할 수 없다"며 "지자체가 기금 운용계획을 세우고 기부금 취지에 맞는 사업을 발굴해 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에선 이 과정이 모금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상황도 비슷하다. 경북 전체 모금액은 460억5천300만원이고, 기금 잔액은 363억1천600만원으로 파악됐다. 모금액의 78.9%가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금고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셈이다. 특히 경북도 본청은 제도 시행 후 지정기부를 포함한 사업비 집행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출된 자료상으로는 경북도 본청이 모은 10억8천만원 전액이 잔액으로 남아 있었다. 영주시는 63억7천200만원을 모아 전국 기초단체 중 모금액 6위를 기록했지만, 모금액의 97.9%가 잔액으로 남아 있었다. 이는 모금 상위 10개 시·군·구 중 잔액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도 243개 지자체 중 61곳은 지정기부를 포함해 사업비 집행 내역이 없었다. 이 가운데 30곳은 답례품·운영비 등 경상비를 포함한 어떤 지출 실적도 없었다. 반면 전국 지자체의 경상비는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431억6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정기부를 포함한 전체 집행액의 33.1%다. 특히 광역단체의 경우 경상비 비중이 57.4%로 사업비보다 많았다. 박정현 의원은 "경상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사업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게 문제"라며 "광역과 기초 지자체가 공동사업을 추진하거나, 여러 기초단체가 함께 사업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재정립하고, 행정안전부도 사업 발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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