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재기자. 경북부
경주에 새 종합운동장을 지어야 한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황성동 경주시민운동장은 1979년 문을 연 뒤 47년을 버텼다. 가장 최근인 2025년 안전점검에서도 C등급을 받았다. 좌석과 타일, 수전, 도색 같은 소규모 수선에만 해마다 2천만~4천만원이 들어가고, 지난해에는 조명과 화장실 방수공사 등에 약 4억원을 썼다. 육상트랙을 모두 바꾸려면 약 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돈을 들여 고쳐도 한계는 있다. 비공인 경기장이어서 전국 규모 체육대회 유치가 어렵다. 경주시가 충효동에 2만석 규모의 새 종합운동장을 추진하는 이유다.
문제는 새 운동장의 경제성이다.
0.02. 새 종합운동장의 비용편익비(B/C)다. 사업비 100원을 투입했을 때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편익이 2원 수준으로 경주시가 비교자료로 제시한 김해종합운동장 0.211과도 차이가 크다.
경주시도 현재 계획을 그대로 들고 다시 중앙투자심사를 받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운동장 하나만 덜렁 지어서는 요즘에는 안 된다"는 게 경주시의 설명이다.
수영장 얘기가 나오고 웨딩홀도 거론됐다. 영화관 같은 문화·상업시설도 아이디어로 등장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운동장이 필요해서 운동장을 짓는데, 영화관과 웨딩홀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돈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총사업비 1천976억원 가운데 국·도비 500억원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고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 500억원도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방폐장 500억원의 뿌리는 2007년 계획된 2천억원 규모의 에너지박물관이다. 박물관이 무산된 뒤 사업비 일부가 복합스포츠단지 몫으로 바뀌었지만 수년간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경주시는 이 돈으로 충효동 예정부지부터 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7일 주낙영 경주시장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사업변경 승인을 요청했고, 28일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관련 실무위원회를 조속히 열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땅을 확보하면 적어도 사업을 시작할 발판은 생긴다. 하지만 경주시가 보여줘야 할 것은 경기가 없는 날에는 누가 이곳을 찾을 것인지, 수영장과 영화관을 넣으면 이용객은 얼마나 늘어날지, 민간사업자는 무엇으로 수익을 낼 것인지, 시민들이 평소 이용할 공간은 무엇인지다.
전국체전을 한 번 치르기 위한 경기장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 찾아야 할 답은 어떤 경기장을 지어야 47년 뒤에도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다.
장성재
동부지역본부 소속입니다. 경주의 현장을 기록하고 지역의 변화를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