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북극항로 시범운항과 영일만항의 과제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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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06 18:33  |  발행일 2026-10-07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국내 해운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으며 시작된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지난 8월 22일 부산신항을 떠난 팬스타 아크로호는 22일 만에 편도 1만3천㎞를 달린 끝에 9월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거리는 35%, 운항기간은 열흘 이상 줄였다. 다만, 목적지인 로테르담항을 비롯한 유럽 현지 항만의 파업 여파로 접안과 화물 하역이 차질을 빚으면서 10월5일이었던 부산 귀항 일정은 10월 중순으로 순연됐다. 북극해 통항과 별개로 정기노선에는 현지 항만 변수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철강산업 침체로 돌파구가 절실한 포항에도 이번 시범운항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동해안 유일의 컨테이너항을 품은 포항에는 '북쪽으로 향하는 큰 바닷길'이 절실하지만, 북극항로 시대는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고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번 운항을 통해 확인한 것은 통항 가능성이다. 정기적으로 화물을 나르며 수익을 낼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얼음의 분포와 두께가 해마다 달라질 뿐 아니라, 운항 시기도 여름철로 제한된다. 쇄빙선 호위 없이 통과했다고 해서 다음 항해를 낙관할 수도 없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에다, 극지 전문인력 운용과 쇄빙 지원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거리와 연료 절감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노선의 첫째 조건은 가격경쟁력이다. 정부는 운항 성적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연료비와 보험료, 지원금, 유지보수비, 항만 비용을 합친 총비용을 기존 항로와 비교해야 한다. 출항·귀항 화물 확보율과 일정 지연 원인도 밝혀야 한다. 보조금에 기댄 한 차례 항해와 시장이 선택할 상업항로는 엄연히 다르다. 왕복 화물을 확보하고 기존 노선과 견줄 운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정기노선으로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조건은 쇄빙·내빙 기술의 자립이다. 쇄빙선과 얼음을 견디는 내빙선박을 국내에서 설계·건조하고, 극저온에서도 작동하는 기자재를 확보해야 한다. 조선·철강·해양기술을 연계한 실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항해사 양성, 해빙 예측과 위성통신, 구조·방제 체계도 갖춰야 한다. 기술과 관련 인프라가 없으면 항로가 열려도 외국의 선박과 정보, 쇄빙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외교적 안전판도 정부 몫이다. 러시아 연안을 지나는 북동항로는 통항 허가와 구조 협력이 불가피하다. 대러 제재와 충돌하면 결제와 보험부터 막힐 수 있는 만큼, 관계 부처가 거래·보험 기준을 마련하고 우방국과 협의해야 한다. 검댕 배출과 생태계 훼손을 줄이는 환경 기준은 국제적 신뢰를 얻기 위한 전제다. 이번 시범운항은 부산만의 축제가 아니다. 북극항로는 동해를 지난다. 영일만항은 북극항로 시범사업의 주요 기항지로 거론됐고, 포스코와 포스코플로우도 벌크선 운항 및 공급망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북극항로 진입에 유리하고 러시아 극동과 연결되는 영일만항은 북방 물류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관건은 선사와 화주가 영일만항을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과 경쟁하기보다 철강·첨단소재와 북방 원자재·수산물의 왕복 물류를 발굴해야 한다. 배후단지 조성을 서두르고 수심·선석·하역장비 등을 보강해 물류비를 낮춰야 한다. 정부는 항만별 역할을 정하고 경북도와 포항시는 일정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북극항로는 수에즈항로를 대신할 만능 해법이 아니다. 대체 항로로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정부는 가격과 기술의 장벽을 낮추고 영일만항은 화물이 모이는 항만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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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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