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혜 성서공동체FM 국장이 방송을 편집하고 있다. 서현정 시민기자
오늘도 최원혜 성서공동체FM 국장은 컴퓨터 앞에서 방송을 편집하고 있다. 주민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듣고 다듬어 방송으로 내보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웃의 이야기 뒤에는 이렇게 소리를 살피는 손길이 있다.
해외에서 디자인 일을 하다 코로나19로 귀국한 그에게 대구에서 다시 자리를 잡는 일은 큰 고민이었다. 듣기만 하던 라디오를 직접 만들고, 말하듯 쓰는 대본을 익혔다. 주민과 이주민을 만나며 자신이 사는 동네도 조금씩 새롭게 알아갔다. 방송 장비가 낯설던 시절에는 실수도 있었다. 생방송에서 처음 음향을 맡았을 때, 예행연습까지 했지만 긴장한 나머지 조작을 실수해 오프닝 토크가 나가지 못했다. 지금도 떠올리면 아찔하지만, 당시 동료들은 괜찮다며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생방송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차갑게 불어버린 떡볶이를 먹었던 날도 있었다. 서툰 일을 하나씩 익히는 동안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추억도 쌓였다.
이제 국장이 된 그는 주민과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기획부터 구성, 제작까지 챙기다 보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흐려져 지치는 날도 있다. 그래도 이 일을 이어가는 이유를 묻자, 함께 방송을 만드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방송을 해보고 싶다며 찾아온 청년들이 있었다. 졸업 후 취업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떠난 뒤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방송을 하러 대구를 찾는다. 오가는 일이 힘들지 않으냐며 쉬어도 된다고 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샘 보러 오는 것도 있어요." 함께 방송을 만들며 쌓인 인연은 청년들이 다시 방송국을 찾는 이유가 됐다. 최 국장에게도 그 말은 이 일을 계속할 힘이 됐다.
올해는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고, 베트남에서 온 이주배경 청년들의 이야기를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제작했다. 청년들의 대구 정착 문제를 다루는 4부작 기획 시리즈도 만들고 있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서로의 삶을 방송으로 전하는 일이다. 내년에는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새로운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처음 방송을 배우던 청년은 이제 다른 사람의 방송을 돕는 사람이 되었다. 동료들에게 받았던 격려에 이어, 이제는 함께하는 이웃들의 한마디가 그를 응원한다. 오늘도 최 국장은 이웃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며 다음 방송을 준비한다. 라디오가 궁금하거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성서공동체FM의 문을 두드려보아도 좋겠다. 자신의 서툴렀던 처음을 기억하는 최 국장이 새로운 이웃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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