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짝짓기 프로그램, 연예인 재롱잔치?

  • 입력 2003-09-16 00:00  |  수정 2003-09-16
TV 짝짓기 프로그램, 연예인 재롱잔치?

지상파의 대표적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인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KBS 2TV ‘장미의 전쟁’이 본래의 기획 의도를 살리지 못한 채 연예인
재롱 잔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청자단체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지난달 2∼24일 ‘강호동의 천생
연분’과 ‘장미의 전쟁’을 모니터한 결과 이들 프로그램이 짝짓기 프로그
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데다 여성과 남성에 대한 그릇된 고정
관념을 심어주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호동의 천생연분’의 경우, ‘댄스댄스’ 코너를 통해 여성은 남자들
이 감탄할 만큼 섹시한 춤을 춰야 인기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고,
남자의 경우는 팔굽혀펴기, 물구나무서기 등을 통해 힘을 과시해야 한다.
이는 여성은 섹시함으로, 남성은 힘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청소년 시청자에
게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연자 선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연예인들은 대부분 신곡 앨범 홍보때나 드라마 방영 직전에 출연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도 이들을 대신해서 홍보를 해주고 있으며, 프로그램이 예비
연예인들을 선보이는 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호동의 천생연분’에 출연했던 일부 출연자들이 인지도를 얻어 인기
를 상승시키면서 가수와 진행자 등 다른 분야로 진출했고, 여전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 특히 ‘장미의 전쟁’은 이런 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는데
빈우, 임성언, 최하나, 강하니, 이윤지, 이유정 등 이름도 낯선 신인 연
예인들이 방송이 나간 후 연예계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어 참신한 대학생,
일반인과 연예인의 만남이라는 기획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밖에 진행자의 출연자 비하, 과다한 자막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디어세상…’측은 “이들 프로가 남녀 출연자가 만나서 게임하고 즐기
는 과정만 보여주고 있어 시청자들은 짝의 선택을 통해 공감을 하기 보다
연예인들의 또다른 게임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인간 대 인간의 만남
을 주선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상대방을 알아가는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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