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교 100년 그들의 발자취와 희망 .10] 개선되지 않는 차별

  • 입력 2005-10-24   |  발행일 2005-10-24 제29면   |  수정 2005-10-24
복지·大入 불평등 '영주권 얻어도 외국인'
빈곤층·장애인·노인 한국 국적 없어 지원 제외
어머니가 한국인이면 외국인특례 입학 못해
국민연금 징수는 의무…이주땐 못받을 수도
[대구 화교 100년 그들의 발자취와 희망 .10] 개선되지 않는 차별
최근들어 대구화교에 대한 차별이 많이 개선됐지만, 화교들이 한국사회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열린 대구화교정착 100주년 기념행사의 중국문화체험부스에서 학생들이 자장면을 맛보고 있다.

1997년말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화교정책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화교를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토지소유 상한선 폐지, 화교학교의 지위를 '임의단체'에서 '각종 학교'로 승격시키는 등 이전의 차별적인 태도를 개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7월부터 시행된 주민투표법을 통해 화교를 비롯한 정주외국인에 대한 주민투표권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는 한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세계화라는 역사적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화교의 불평등문제는 한국사회가 외부로 향하는 세계화와 함께 내부로 향하는 세계화를 위해 반드시 선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내 화교 가운데 90% 가량이 한반도에서 태어나 성장한 화교 2·3세다. 아직까지 이들이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배타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화교의 지위는 영주권(F-5)의 부여와 귀화절차의 간소화로 많이 개선됐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이익이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복지 혜택 못받아

화교가 비록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복지혜택에서는 아직 이방인이다. 정부는 장애인등록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수혜대상은 대한민국 국민에 국한돼 있다. 이때문에 화교는 복지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빈곤계층, 장애인, 노인, 소년소녀가장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혜택이 없다. 수혜대상이 되는 방법은 귀화를 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국제인권규약 제9조에는 사회보장을 모든 자의 권리로 규정해 내·외국인 차별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화교에 대한 복지지원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 할 수 있다. 특히 장애인과 극빈자에 대한 혜택부여 문제는 화교의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 가운데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구화교협회는 대구시 중구 종로2가 강모씨(72)와 중구 대신동 손모씨(72) 등 홀로 사는 노인은 20여명 있고, 중구 대신동 손모씨(36) 등 장애인은 20여명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입시 제도의 불평등

화교들이 가장 심각하고 비윤리적인 문제의 하나로 꼽는 게 한국인 어머니를 둔 화교학생이 대학입학 때 외국인특별전형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현 대입제도에서 화교의 경우 양부모가 모두 외국국적을 유지해야만 외국인 특례입학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이 제도가 가장 비윤리적이라는 비판까지 듣는 것은 자녀에게 외국인특별전형 자격을 얻게 하기 위해 부부가 서류상의 이혼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때로는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화교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들 가운데 생활상의 여러가지 불편을 피하기 위해 한국국적을 그대로 보유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자녀들의 경우 화교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는데도 불구,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특별전형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인 어머니가 사망 또는 이혼한 경우에는 어머니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순수 외국인으로 인정받아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고3 딸을 둔 화교 이모씨(45·대구시 중구 종로1가)는 "화교이기 때문에 화교학교에 진학, 한국학교와는 전혀 다른 교육을 받았는데도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학생들과 대등한 경쟁을 거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그릇된 조치"라고 주장했다.

#외국인등록번호 전산처리되지 않아

대구토박이 한의사 이모씨(57·대구시 중구 동인2가)는 지난 8월 팔공산을 드라이브하다 파계사 검문소에서 2시간 이상 경찰과 입씨름을 해야 했다. 한국인이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남자는 1, 여자는 2로 시작되는데 화교인 자신은 5로 시작, 경찰의 전산망에 신원조회가 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대구중부경찰서 외사계,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신분이 확인될 때까지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경찰에 신원확인이 되지 않아 신분증 위조혐의를 받아가면서 2시간 동안 시달려야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그때 속상했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등록번호를 인식하는 시스템이 행정기관을 비롯해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기관, 휴대폰 등 통신회사, 인터넷 서비스업체 등 민간기관에 아직 공유되지 않은 곳이 많아 화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 불편 때문에 휴대폰 등을 한국 친구이름으로 가입한 화교도 상당수다.

이세붕 대구화교협회 상무는 "출입국관리국은 출입국 관련 업무만 취급하고, 나머지 구청과 동사무로 이관해 처리하면 외국인등록번호 때문에 발생하는 많은 불편과 민원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강제 징수

국민연금의 경우 징수는 내·외국인 관계없이 동등하게 적용되지만, 반환은 내국인에게만 적용된다. 즉 국적을 불문하고 국민연금을 징수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그가 고국으로 이주할 경우 그때까지 납부한 국민연금은 받을 수 없다. 국가간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의 자국법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반환일시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고 ,대만과 상호협정을 체결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대만과의 특별한 상호협정을 맺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만국적을 가진 한의사 장모씨(35)는 "만약에 제가 외국으로 간다면 그때까지 낸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고, 30년 후 어떻게 제도가 바뀌어 화교에 불이익을 줄지 두렵다"면서 "영주권을 가진 화교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움말= 박경태(성공회대 교수) 장수현(광운대 교수) 이세붕(대구화교협회 상무) 이귀생(대구화교중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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