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광주·전남권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9일 전남·광주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확정하면서 대구는 또다시 첨단산업 유치에서 소외됐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당선인은 반도체 팹(Fab) 유치전에 승부수를 던졌지만 취임도 전에 사실상 공약 무산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지역 정가에선 1년이 넘는 대구시장 궐위와 경제부시장 공석에 따른 행정 공백, 결정적 국면마다 한발 늦은 지역 정치권의 '뒷북'이 부른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호남 투자가 '예고된 일'이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대구경북은 '새만금-대경권 K-로봇 양대 성장축'에 포함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구미에 로봇·그룹 내부용 AI데이터센터 투자를 약속했지만,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호남 투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지역 정가에선 우선 행정력의 부재를 꼽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으로 홍준표 전 시장이 대구를 떠나면서 대구 시정은 사실상 멈춰 섰다. '권한대행체제'에서 대구시의 안일한 대응으로 이재명 정부의 AI·반도체 등 미래 신산업 기조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꽉 막힌 정보력도 도마에 올랐다. 호남 투자 결정이 굳어지는 동안 대구시는 유치 대상 기업의 행보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 일동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대구·경북 패싱" "국가전략산업 투자를 정치 논리가 아니라 국익으로 결정하라"고 촉구했으나 이미 입지가 호남으로 기운 뒤여서 '사후약방문'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야권의 반발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업이 정부가 이렇게 하라고 해서 할 수 있었으면 윤석열 정부 때 좀 열심히 하지 그랬었나"라고 반박했다. 대구경북(TK)에서 대통령을 5명이나 배출했지만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는 TK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대변한 핀잔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민선 9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추경호 당선인에게 5대 분야 200개 정책과제를 보고했다. 여기엔 '투자유치단을 신설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테슬라 등 대기업을 유치한다'는 과제가 담겼다. 유치 대상 기업들이 타 지역 대규모 투자를 확정 발표하는 날, 대구시는 해당 기업들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촌극이 빚어진 셈이다.
이 같은 뒷북 대응은 결국 앞서 언급된 지역 행정력 부재 및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의원이 올 초부터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당시 지역 정치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최근 일부 중진 의원은 단체대화방에서 "내륙 입지는 기업 측에 부담"이라며 지역 입장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는 전언도 나왔다.
지역의 한 의원은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민선 9기는 출범 전부터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며 "통합을 비롯해 잃어버린 2년여를 어떻게 채울지부터 시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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