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중국차 이야기(4·끝)

  • 입력 2008-03-21   |  발행일 2008-03-21 제37면   |  수정 2008-03-21
"茶는 사라지고 사범만 범람한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중국차 이야기(4·끝)

지난 15일 오후 중국차 시리즈 마지막 편 취재를 위해 대구시 중구 종로 죽평다관에 대구의 첫 중국차 전문점 수성구 두산동 쌍어각 박정호 대표·중국차 수입업체 명혜원 손영락 대표·죽평다관 이경묵 대표가 정담을 벌였습니다. 셋은 이 자리에서 차에 대한 일반론은 접어두고 일차적으로 대구의 중국차 문화와 한·일 차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각자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또한 중국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바람직한 사제관계, 중국차 입문 절차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천만원 보이차 소장하는 것보다

가까운 사람과 갈라먹는 게 소중"

▶박정호=우린 너무 다도 예절에 매몰돼 있다. 중국차는 역사가 대단하면서도 그렇게 의식에 치중하지 않는다. 자연 국내 다실의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 차를 제대로 음미하면서 먹기 힘든 게 사실이다. 중국은 그런 것 같지 않다. 무척 편하다. 그들은 위아래를 따지지 않는다. 모두 남 의식하지 않고 차를 먹는다. 그러니 잘 즐길 수 있다.

바른 제자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바른 스승 만나는 것도 어렵다. 요즘 스승이 제자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다. 진정한 스승은 제자를 위해 모든 걸 다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구는 그런 것 같지 않아 아쉽다. 난 6개월 정도 배우면 무조건 하산시킨다. 제자가 날 뛰어넘길 바란다.

다도 입문 전에 우선 원료의 동향에 정통해야 된다. 차재배도 농사다. 그해 기후조건, 지형에 따라 차맛이 확 달라진다. 차를 품평하기 전 현지 야생 햇차의 동향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국내 차밭별 맛도 전부 알아야 한다. 차의 북방한계선에 맞물려 있는 우리차는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 평균 4~5번 따면 차는 엄청난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우린 차의 재배 정보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폼나게 먹는 가에만 더 신경써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성들이 주도하는 차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국내 차문화는 거의 여성들이 주도하는 것 같다. 차문화가 진정 활성화되려면 가정내 차문화가 더 우선적으로 개화되어야 한다. 조만간 50대 남성들이 차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으로 보인다. 10년후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차를 먹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럼 왜곡된 차문화도 많이 순화될 거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 여성들이 집안에서 다 채울 수 없는 일종의 '허영심'을 다도를 통해 충족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차문화가 형식주의로 기우는 것 같다.

솔직히 고급 중국차는 시장 특성상 국내에선 거의 유통되기 힘들다. 자꾸 정체불명의 차가 많이 유통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명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 부자들이 명품 보이차를 재테크 수단으로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어 국내 수입가를 폭증시킨다. 전문가도 분간해 내지 못할 짝퉁 보이차도 있다지만 차를 많이 먹어본 사람은 진짜와 가짜를 직감적으로 구분한다. 천만원대 차를 갖고 있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그걸 지인들을 불러 대접하는 맘이 더 대단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보이차를 제대로 공부하기에 참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다인들은 차 얘기보다 자기 얘기 선호

보이차 알기 전 우리차부터 잘 알아야"

▶손영락=보이차는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고 도에 이르른 편안한 80대와 같다' 고들 한다.

처음 마셨을 때 무엇인가 막혔던 것이 풀리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며, 마시면 마실수록 보이차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근래에 많은 사람들이 보이차를 접하고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보이차를 차 이상의 그 무엇으로 신비화하거나, 일부에서는 근거 없이 매도하는 등 바로 알고 마시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인들이 차 얘기보다 자기 얘기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진짜 실력자는 숨어 있다.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싶어 은인자중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보이차를 얘기하는 많은 책이 있지만 책만 열심히 본다고해서 차를 다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보이차를 알기 전에 먼저 우리차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식별하기, 차 보관하기, 불지피기, 끓는 물 식별하기, 어린 움차 내는 요령, 차 끓이기, 주전자에 차 넣기, 차 마시기, 차의 향기, 차의 색깔, 차의 맛, 수질, 물 받아놓기, 위생관리 등 행다법 이전에 차의 바른 덕목과 차를 음미하는 음다법을 제대로 알아 그 근본을 정립하게 되면 보이차도 올바르게 알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는데 차 공부는 '백견이 불여일행'이라 말하고 싶다. 몸소 실행해 봄으로써 참 된 느낌을 체득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국차는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차문화 연륜도 무척 오래됐다. 그런데 우리는 차를 먹기 전에 차에 대한 이론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론보다 실제 접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사부를 만나야 좋은 차문화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자꾸 더 좋은 곳을 찾아 기웃거린다. 더 좋은 차, 더 좋은 다기 등, 그런 것만 추구해선 진정한 다인이 될 수 없다. 바른 마음이 중요하다. 보이차 가격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다. 보이고차 가격의 폭등으로 생차도 덩달아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내 수요급증 원인도 있겠으나 우리들도 자신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늦었지만 고차나 생차나 검증된 제대로 된 차를 적정가격으로 유통되도록 다같이 성찰하고 관심가져야 한다.

"보이차는 결코 만병통치약 아니다

관광가선 보이차 안사는 게 바람직"

▶이경묵=관광 가서 보이차를 구입할 경우 일단 자제를 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솔직히 일반 상점에선 안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인을 선물 받는 건 그래도 좋은 것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관광지 차는 저질일 가능성이 높다. 초심자의 경우 중국차를 입문할 경우 전문 매장에서 자기 체질에 맞는 몇 가지 차를 맛본뒤 차를 접하는 게 좋다. 차와 차호도 자기에게 맞는 게 가장 좋다. 남이 좋다고 해서 따라 가선 안된다. 자기한테 맞는 걸 체득하기까지 적잖은 비용을 감소해야 된다. 돈 안 들고 차 배우려고 하면 솔직히 강도나 마찬가지다.

중국차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많지만 크게 녹차류·반발효차·후발효후차류로 나눌 수 있다. 체질에 따라 맞는 게 있다. 하지만 숙성된 보이차는 체질과 상관없이 좋다. 홍삼을 비교해보면 인삼은 열을 받는 사람에겐 안좋지만 홍삼은 열있는 자에게도 괜찮은 것과 같은 이치다. 숙성 보이차는 체질에 관계없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대구에 들어와 있는 보이차만 해도 수백 가지다. 상호·차창·지역별로 다르다. 솔직히 차를 파는 사람들이 보이차를 명약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꾸준히 마시면 몸 밸런스 맞춰주는 수준이지, 이게 묵은 병을 일시에 고치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강조하는 건 일부 악덕업자들의 마케팅 전략이다.

역시 시행착오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쓴 경험이 많아야 참 다인이 될 수 있다. 처음에 가짜 차를 많이 마시고 차 구입 과정에 바가지도 쓸 것이다. 사심 가득한 사범 때문에 맘 고생도 할 것이다. 배우려면 당연히 수강료가 들어간다. 적잖은 돈을 지불하는 과정에 뭔가를 터득할 것이다. 그게 진짜 자기 것이 된다. 온라인상 유포된 이런저런 중국차 정보만 갖고는 뭔가 부족하다.

한국 녹차는 비교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차는 현지 재배과정과 제다과정 등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자꾸 중국차가 농약 투성이라고 걱정한다. 중국의 야생차밭은 매우 넓고 상당수 농장 주인이 인건비가 턱없이 부족해 농약칠 비용도 없다. 물론 농약을 사용하는 데도 있지만 아직 상당수는 농약을 치고 싶어도 그럴 처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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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중국차 이야기(4·끝)
대구시 중구 종로 죽평다관에서 열린 중국차 정담에 참석한 이경묵·손영락·박정호씨.(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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