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AI 기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에서 로봇팔을 활용한 3D 스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승엽기자
지난 12일 오후 4시쯤 찾은 대구 성서2차산업단지 일원. 노후 제조 공장을 뒤로하고 모서리를 돌자 깨끗하게 칠해진 검은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 자재의 외벽과 높게 솟은 정수조는 과거 경공업 분야 공장임을 짐작케 했다. 성서산단 심장부에 위치한 건물은 지역 산업계의 제조 인공지능(AI) 전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기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 밖 풍경이 펼쳐졌다. 건물 안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장비들이 즐비했다. 수십여대의 3D 프린터가 쉬지않고 돌며 제품을 찍어냈고, 초대형 3D 스캔 부스에는 로봇팔이 움직이며 제품을 스캔했다. 강도 높은 금속 제품의 절단·용접도 3D 레이저 가공기를 통해 무리 없이 이뤄졌다. 공간 한편에는 초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34대가 가동됐다. 가격만 10억원이 넘는 GPU들은 중소기업이 한 달 이상 걸릴 작업을 하루로 줄이는 '게임 체인저'급 장비다. 여동열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이 정도 수준의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전국에서도 드물다. 올해부터 유상 서비스로 전환했지만, 신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 개소 1년 만에 달라진 제조 현장 풍경이다.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 구축사업은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스마트그린산단 촉진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역 중소·중견기업이 제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능, 성능, 제조과정 등을 가상(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석·검증토록 지원한다. 전국 6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본격 가동한 대구센터는 전국 유일 노후산단 내 폐공장에 조성돼 사업 취지와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대구시는 2024년 버려진 성서2차산단 내 봉제공장을 매입했고, 인테리어를 통해 AI 기반 최첨단 시뮬레이션 장비를 갖춘 기업지원 거점으로 재탄생시켰다. 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와 각종 시뮬레이션 장비, 3D 스캐너·프린터가 구축된 이곳에선 지역 중소·중견기업에 AI 관련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한다. 420명의 전문인력 양성과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본격 가동 1년 만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계공구 제조기업 <주>공성은 플렉스샤프트 안전토크 리미터 제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틀림 강도 해석 및 구조 설계 변경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개발비용을 약 3억원 아꼈고, 기간도 85% 가량(6개월)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품 출시로 인한 매출은 7천만원에 달한다.
제조업 기반 절삭공구 기업 에스제이앤텍도 판스프링형 디버링 공구 개발에 성공했다. 형상최적화 검증을 위한 비선형 해석을 진행해 규격당 10만~20만원의 단가를 절약했고, 작년 간접매출 2억여원을 기록했다. 특허출원 1건도 달성했다. 버터플라이밸브의 캐비테이션 저감 장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현승기공은 2건의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고용창출 1명도 이뤄냈다. 자율주행차량용 부품 역설계를 의뢰한 <주>소네트는 타사 제품 벤치마킹을 통하 부품별 3D 데이터 확보를 통해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주>현대디엘, <주>디에이치지, 창영정밀, <주>은일 등이 우수사례로 꼽혔다.
류동현 대구시 AI정책과장은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의 고성능컴퓨터(HPC) 시스템 구축이 완료돼 AI를 활용한 수요기업의 솔루션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기계·금속 및 자동차부품 등 지역 주력업종의 시뮬레이션 전주기 지원을 통해 고부가 가치 업종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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